‘제주산 야생마’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대기 선수’의 설움을 떨쳐내며 생애 첫 미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을 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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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은 9일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 골프장 챔피언스코스(파70·7158야드)에서 벌어진 혼다클래식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번갈아 쳐 2타를 줄인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로 존 롤린스(미국·9언더파 272타)의 추격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06년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따돌리고 우승한 이후 28개월 만에 거둔 금쪽 같은 우승. 2005년 데뷔한 PGA 투어에서는 4년 만의 생애 첫승이다.
부진으로 투어 카드를 잃은 지난해 말 퀄리파잉스쿨을 18위로 통과, 상위 25명에게 주는 풀시드를 간신히 따냈지만 그마저도 ‘반쪽짜리’였다. 보통 156명이 출전하는 일반 규모의 대회에는 나갈 수 있지만 이보다 규모가 적은 대회에서는 출전 포기 선수를 기다리는 ‘대기자’로 눈치를 살펴야 했던 처지. 그러나 양용은은 이날 우승으로 단박에 신분이 바뀌었다.
최경주(39·나이키골프)에 이어 두 번째 순수 한국인 출신의 ‘위너스 멤버’로 이름을 올린 그는 상금 100만 8000달러(약 15억 6800억원)를 챙겨 시즌 상금 순위 9위로 뛰어올랐고, 향후 2년짜리 ‘진짜’ 풀시드를 챙겨 2011년까지 마음에 맞는 대회를 골라 나갈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다음주 열리는 CA챔피언십과 4월 마스터스대회에 우즈와 나란히 출전하게 될 양용은은 이외에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세계 랭킹과 상금 순위 상위 선수만 나갈 수 있는 굵직한 대회에서 거액의 상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페덱스컵 포인트에서도 500점을 보태며 9위(579점)로 도약, 올 가을 플레이오프 진출의 길도 닦았다.
‘늦깎이’로 골프판에 뛰어든 양용은의 골프인생은 ‘잡초’나 다름없었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우연한 기회에 연습장에서 일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미국 무대에 서기 위해 4년 연속 퀄리파잉스쿨의 문을 두드렸다. 2005년과 06년에는 내리 탈락했고, 2007년 ‘2전3기’로 통과했지만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1년 만에 투어 카드를 반납했다. “2006년 HSBC챔피언스 우승도 뒷걸음에 밟힌 것, 미국 진출은 언감생심”이라는 비아냥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서른일곱의 늦은 나이에 생애 최고의 꽃을 피웠다.
그동안 성적 부진에 따른 부담감도 훌훌 털어버렸다. 양용은은 “타이거를 꺾었을 때보다 기쁘다. 오늘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면서 “이제 마스터스 출전으로 내 골프 인생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게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