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춘이 형 메치고 태극마크 달겠다”
#장면1 지난해 8월 베이징 과기대체육관.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대표팀 훈련파트너로 따라온 그는 ID카드를 빌려 경기장에 몰래 들어갔다. 선수대기실의 TV로 선배 왕기춘(21·용인대)을 지켜보는 내내 ‘4년 뒤 저 자리에 서리라.’고 굳게 마음먹었다.
김원중
한국유도의 ‘황금체급’을 짊어질 신예 김원중(20·용인대)이 주인공이다. 5일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수줍음 많고 앳된 소년이었다. 오전 6시, 400m 트랙을 1분5~10초 동안 30바퀴 달리는 인터벌 훈련을 시작으로 웨이트트레이닝, 실전 훈련까지 7시간 동안 이어지는 훈련의 연속이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랜드슬래머’ 이원희(28·한국마사회)와 왕기춘, 아시아선수권자 방귀만(26·한국마사회) 등과 경쟁하는 73㎏급에서 김원중은 사실 ‘차세대’ 꼬리표를 뗐다. 왕기춘과 이원희가 빠진 가운데 지난해 11월 2009년 국가대표 1차선발전에서 우승한 것.
김원중이 도복을 입은 것은 안양 명학초교 5학년 때. 그해 전국대회 2등을 할 만큼 발군이었다. 하지만 합숙과 혹독한 훈련에 좀처럼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툭하면 도망치기 일쑤. 방황하던 그가 마음을 잡은 것은 경민고 2학년때. 어릴 때부터 힘들게 뒷바라지해 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결심했다. 유도에 인생을 걸겠다고.
고 3때 왕기춘의 훈련파트너로 태릉선수촌에 들어오면서 둘은 시너지를 일으켰다.
덕분에 왕기춘은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깜짝 우승했다. 김원중은 지난해 독일오픈에서 마리오 셴델(독일)에게 한판으로 져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으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올해 그의 목표는 8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 물론 왕기춘을 메쳐야 가능하다.
김원중은 현재 왕기춘에 견줘 아직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다. “(왕)기춘이 형하고 하도 많이 붙어 전적은 모르겠어요. 거의 다 진 것 같은데요.”라면서 “아직 형처럼 ‘여우스럽게’는 못하죠. 작게 작게 만들어가야 하는데 한판 기술만 시도하는 게 몸에 뱄어요. 하지만 노력하면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훈 남자대표팀 감독은 “기춘이가 워낙 일찍 눈을 뜬 편이지만 원중이도 그 길을 그대로 밟고 있다. 아직 칼끝이 무디지만 근력과 기술, 정신력은 이미 정상급이다.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둘의 승산은 5대5다. 석달만 붙여놓으면 파트너를 잡아먹는 게 추세다. 누가 이 체급의 주인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2009-0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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