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한국 복싱 ‘부활의 노래’

[스포츠 포커스] 한국 복싱 ‘부활의 노래’

최병규 기자
입력 2005-11-29 00:00
수정 2005-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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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싱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미안양에서 막을 내린 복싱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룬 이옥성(24·보은군청)의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침체돼 있던 한국 아마복싱계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아, 옛날이여

한국 복싱은 지난 80년대 말까지 국제종합대회의 ‘효자종목’이었다. 올림픽에선 1948년 런던대회 한수안이 동메달을 처음으로 목에 건 이후 금3개와 은6개, 동메달 9개를 벌어들여 한국의 메달레이스를 도왔다.

아시안게임은 메달밭이었다. 첫 출전한 마닐라대회(1954년) 금 1개(박장현) 은 2개(이장교 이삼용) 동 1개(김윤서)를 시작으로 2002년 부산대회까지 금 56개와 은 19개, 동 26개를 수확했다. 어느 종목보다 많은 메달수다.86년 서울대회에서는 12개 전 체급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기록도 세웠다. 같은해 문성길은 미국 리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 이른바 한국복싱의 전성기를 열었다.

기형아에 빼앗긴 링

그러나 한국 복싱은 90년대 접어들면서 스포츠계의 지각 변동과 격투 종목에 대한 기피 현상이 맞물려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선수의 절대 숫자와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노메달의 수모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전 체급 예선 탈락이라는 쓴 잔을 들어야만 했다.

프로복싱의 쇠락도 한 몫 거들었다. 종합대회 메달리스트들의 최종 목표였던 프로 무대도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아시안게임 첫 메달리스트였던 김기수 이후 박찬희 변정일 문성길 김광선에 이어 조인주를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출신들의 프로 변신은 막을 내렸다.‘헝그리 복서’들의 밥줄이 끊긴 셈.

더욱이 요즘 젊은 층들이 열광하고 있는 K-1 등 국적불명의 유사 종목들에 ‘링’을 빼앗겨 과거 한 때의 영화를 되찾을 거라는 기대조차 가질 수 없는 게 한국 아마복싱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는 게 한국 복싱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일단 이옥성이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렸다는 것. 그의 소속팀인 보은군청이 단 1명의 선수만 보유하는 등 서울시청과 영주시청을 빼면 변변한 모양새를 갖춘 실업팀이 몇 안되는 현실에서 일궈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데 눈을 팔지 않는’ 선수들의 복싱에 대한 자긍심이 돋보인다. 유도 씨름 등의 몇 몇 선수들의 종합격투기로 선회했지만 아직 복싱만은 예외다.“복싱은 마약과도 같더라.”는 이옥성의 실토가 든든하다.

두껍지는 않지만 22명 대표팀 선수들의 모양새도 본격적인 부활의 시발점으로 삼는 내년 아시안게임을 기대케 한다. 이옥성이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는 동갑내기 김기석(플라이급·서울시청)을 비롯, 김원일(23·대전중구청)-조석환(페더급), 홍우원(24·원주시청)-구승혁(22·청양군청) 등 각 체급의 라이벌들이 한국 복싱의 ‘금맥’을 잇기 위해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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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05-11-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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