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골퍼와 캐디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골퍼와 캐디

입력 2005-08-10 00:00
수정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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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방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던 모 은행의 행장이 캐디를 폭행,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골자는 지인들과 라운드하던 중 뒷 조의 볼이 갑자기 날아와 자신이 맞을 뻔한 것에 격분해 이를 사과하러 온 캐디를 욕설과 함께 발로 차 부상을 입혔다는 것. 라운드 도중 날아온 볼에 놀라 엉겁결에 벌어진 일이고 나중에 사과했다지만,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사과하러온 캐디를 때리고 욕설을 퍼부은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필이면 이날 한 방송국에선 노골적으로 수작을 벌이면서 캐디를 비하하는 내용의 연속극이 방영돼 캐디들은 안팎으로 수난을 겪어야 했다.

예비군 훈련복만 입으면 점잖던 평소와 달리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는 몇몇 사람처럼, 필드에 나서면 거들먹거리며 캐디를 폭행하거나 욕설을 내뱉고 성적 희롱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해외 골프투어 규제가 완화된 이후 동남아 등지를 찾은 한국 골퍼들이 보인 추태에 이골이 난 현지 골프장들이 한국인 골퍼 출입 금지를 내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골퍼들의 추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간간이 언론에서 이의 병폐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벌였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팁을 매개로 서비스를 주고받는 골퍼와 캐디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동반자적 수평의 관계다. 캐디는 단순히 클럽을 전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클럽 선택에 필요한 거리는 물론 코스의 컨디션, 그린 위에서 볼이 놓인 상태 등에 관해 조언하는 도우미다. 특히 처음 찾은 골프장이나 궂은 날씨 속에 라운드할 때 캐디의 조언은 라운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절대적이다.

현재 많은 골프장이 5인승 카트를 도입,4백 1캐디제를 운영하고 있다.1명의 캐디가 4명의 골퍼를 수발하려면 클럽을 갖다 주거나 그린 위의 볼을 닦기도 벅찰 때가 많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은 더욱 바쁘다. 이럴 때 1캐디제의 옛날 생각에 ‘나만 봐.’하는 식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제일 먼 저 홀 아웃하면 깃대를 들고 동반자 전원이 홀아웃할 때를 기다려 깃대를 정리하는 아량을 베풀 줄 아는 넉넉함을 가진 골퍼가 그립다.

외국의 골프대회에선 프로 골퍼 못지않게 프로 캐디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캐디가 고국에서 환대를 받듯, 그들이 누리는 인기는 프로 골퍼에 버금간다. 라운드하기 전 자신의 소개와 더불어 곱게 인사하는 캐디도 당당한 직업인이다. 그들은 폭행이나 욕설, 성적 희롱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을 무시하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2005-08-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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