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온 것일까.’그동안 들쭉날쭉한 투구로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믿음을 사지 못했던 박찬호(32)가 결국 지난달 3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박찬호는 오는 4일 오전 8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 이적 첫 승과 시즌 9승에 도전한다. 박찬호는 올시즌 부활했지만, 불안한 피칭으로 텍사스의 애간장을 태운 것이 사실. 하지만 고액 연봉자인 탓에 박찬호의 트레이드는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텍사스는 박찬호의 등판이 예고된 지난달 30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 개시 1시간 전, 샌디에이고와 깜짝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선발 투수에 갈증을 느낀 샌디에이고가 강타자 필 네빈(올 연봉 900만달러, 내년 1000만달러)을 내놓으면서 1대1 맞트레이드가 합의된 것. 텍사스는 박찬호(올 연봉 1400만달러)의 내년 연봉 1500만달러를 포함, 연봉 차액(약 700만달러)을 보전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리그 텍사스에 둥지를 옮겨 튼 지 3년7개월 만이다. 박찬호는 전 소속팀 LA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돌아와 타석에도 나서게 됐다.
샌디에이고는 박찬호에게 ‘기회의 땅’이 될 전망이다. 일단 홈구장인 펫코파크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투수 친화적인 구장. 우측 펜스 최장거리가 125m나 돼 올시즌 좌타자에게만 홈런을 내준 박찬호에겐 지극히 유리하다. 또 샌디에이고가 낯설지 않은 캘리포니아에 위치, 기대를 더한다.LA에서 자동차로 불과 2시간 거리에 위치해 한국 교민들의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가 교민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이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인 데다 현재 지구 1위를 달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박찬호는 지긋지긋한 천적들을 피하게 됐다.LA 에인절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 박찬호만 만나면 쥐 잡듯 몰아댔던 팀들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송재우 Xports 해설위원은 “계속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했던 제2의 고향 캘리포니아에서 심적 안정을 얻을 수 있고, 지명타자제도가 없어 타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내셔널리그 팀을 상대로 등판하는 등 박찬호에게 유리한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찬호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도 노려볼 만하다. 샌디에이고는 31일 현재 51승53패로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1경기차로 앞서 지구 선두다. 최근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던 2선발 애덤 이튼(9승2패)의 부상 등 악재가 겹쳐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로 부진에 빠져 있다. 하지만 박찬호가 이튼의 공백을 잘 메운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샌디에이고의 브루스 보치 감독도 “내셔널리그에서 잘 던진 투수였기 때문에 우리를 상대로 던진 것처럼만 던져 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5-08-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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