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대한체육회 부회장
“WTF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재정 투명성을 높여 실추된 국제기구로서의 위상을 다시 높이겠습니다.”
조정원 대한체육회 부회장 겸 대한태권도협회 고문은 국제 태권도계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이 때문에 조 부회장이 총재 후보로 나섰을 때 출마 자체를 의아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 부회장의 태권도 관련 활동은 활발한 편이었다.지난 1995년 국제태권도아카데미(ITA) 원장을 시작으로 대한태권도협회 이사와 고문 등을 맡았다.무엇보다 지난 83년 부친(조영식 경희학원 학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희대에 세계 최초로 4년제 태권도학과를 설립하고,89년에는 경희대총장기 전국 남녀태권도대회를 개최하는 등 저변 확대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또 경희대 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02년 국제태권도연구소를 설립해 태권도의 이론적 정립을 주도해 왔다.
●30년숙원 본부건물 2년내에 신축
조 부회장이 WTF 개혁의 우선 과제로 내세운 부분은 불투명한 재정 관리와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조 부회장은 “지난 30여년 동안의 김운용 체제는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등 세계화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태권도의 사유화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면서 “조직과 운영,재정 등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175개 모든 회원국들이 WTF의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WTF 본부건물 신축도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다.WTF는 현재 서울 신문로의 오래된 빌딩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조 부회장은 “2년 안에 서울 내곡동에 대지 5만평,건평 2000평 규모의 WTF 본부 건물을 지어 전세계 태권도인들의 30년 숙원을 풀겠다.”고 약속했다.
태권도 취약 국가에 대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조 부회장은 총재로 선출되면 올해 우선 50만달러,앞으로 200만달러의 지원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좋은 사범양성위해 지원기금 조성
“좋은 사범을 많이 기르는 것보다 더 나은 태권도 육성책은 없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매년 여름 실시되는 국제태권도아카데미 프로그램 참가자에 대해 무상 지원을 할 참이다.태권도학을 인문·자연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국제태권도학술대회도 해마다 열 계획이다.
조 부회장은 ‘김운용 체제’가 무너진 요즘이 “태권도의 위기이자 동시에 중흥의 시기”라고 강조한다.태권도의 올림픽 퇴출을 은근히 바라는 중국과 일본 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태권도가 ‘국기’라는 껍질을 벗고 개혁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는 시기라는 얘기다.조 부회장은 “태권도는 전 세계적으로 5000여만명이 즐기는 무예”라면서 “그동안 쌓은 대학경영 경험과 국제적인 감각 등을 활용해 종주국의 지위를 지키면서 동시에 세계인의 태권도로 발전시키는 데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태권도 대통령’ 어떻게 뽑나
세계테권도연맹(WTF) 총재는 말 그대로 ‘태권도 대통령’이다.실권만 따진다면 웬만한 국제 경기단체 수장과는 비교가 안 됐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인 김운용 전 총재가국제 스포츠계 ‘2인자’로서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또 올림픽 직후 받는 360만달러의 IOC 지원금을 빼고도 상당액의 승단 심사비 등이 WTF로 들어온다.총재는 연맹의 재력과 IOC에서의 영향력이라는 ‘두 날개’로 국제스포츠계에서 고공 행진을 해 왔다.
총재의 임기는 4년.연임이 가능하다.보통 2년마다 열리는 총회 때 총재 선거가 치러진다.
투표권은 175개 회원국 연맹의 회장에게 주어진다.아시아 50개국과 아프리카 36개국,유럽 47개국,미주 42개국.30명의 집행위원도 투표권이 있다.
총재 경선의 정족수는 투표권을 쥔 205명의 3분의 1인 69명.물론 대리 참석도 가능하다.그동안 총회 참석 인원은 100여명 안팎이었지만 ‘포스트 김운용’을 뽑는 이번 총회는 150명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당선자는 1차투표에서 종다수로 결정한다.
이번에 선출되는 총재는 1년만 ‘대권’을 행사하고,내년 5월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중 열릴 총회에서 4년 임기의 총재를 다시 뽑는다.
차기 총회에서는 ‘외국인 총재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프랑스 이탈리아 등 태권도가 중산층을 중심으로 널리 보급된 국가 출신이 총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한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태권도가 이미 한국의 국기에서 세계의 스포츠로 바뀐 만큼 종주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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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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