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정규대회인 함양장사씨름대회는 ‘진정한 프로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하는 기회였다.
씨름의 최고봉이라는 백두급(105.1㎏ 이상) 결승.최홍만(218㎝ 166㎏)과 김영현(217㎝ 159.5㎏)이 또 만났다.벌써 세번째 결승 격돌이다.
씨름 관계자 대부분은 이들이 결승에서 만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각하고 있다.이유는 간단하다.재미가 없기 때문이다.올초 설날장사 결승전이 그랬다.별다른 기술은 보여주지 못하고 상대의 샅바만 쥐고 버틴 끝에 연달아 4판이나 비겨 팬들의 실소를 자아냈다.결국 마지막 판에 체력이 떨어진 김영현이 스스로 무릎을 꿇어 최홍만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아니나 다를까.이번 함양장사 결승전도 설날의 복사판이었다.무료한 기다림에 지쳐 “나,오늘 시간 많아!” “지금 장난치냐?” 등 냉소적인 고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마침내 최홍만이 5번째 판에서 김영현을 밀어치기로 눌렀지만 팬들은 개운하지 않은 표정이었다.왜 재미가 없는 것일까.이기기 위한 씨름만을 하기 때문이다.기술이 뛰어나지 못해 공격보다는 방어에 주력한다.그러다가 상대방이 중심을 잃거나 허점을 보이면 큰 키와 몸무게,힘을 이용해 밀어 제친다.체격을 이용해 윽박지르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그러나 씨름팬들이 단순히 누가 이기는지 궁금해서 경기장을 찾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호쾌한 기술끼리 부딪침 속에 승부가 갈리는 순간의 쾌감을 만끽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진정한 ‘프로’라면 팬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알고 충족시킬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올해 두 거인들이 결승에서 만날 확률은 80% 이상이라고 한다.대진표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남은 7개 대회 가운데 적어도 다섯번은 이들이 결승전에서 만난다는 얘기다.올해만 두번 만나서 10판을 겨뤘지만 8판이 무승부였다.단순히 계산하면 민속씨름 팬들은 앞으로도 20번이나 비기기 행진을 지켜봐야 한다.금강급 결승에서 시원한 뒤집기로 기술을 뽐낸 장정일이나 골리앗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다가 패한 박영배에게 더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거인들도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기술을 익히고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그래야 골리앗이 살고,씨름도 산다.
홍지민기자 icarus@˝
씨름의 최고봉이라는 백두급(105.1㎏ 이상) 결승.최홍만(218㎝ 166㎏)과 김영현(217㎝ 159.5㎏)이 또 만났다.벌써 세번째 결승 격돌이다.
씨름 관계자 대부분은 이들이 결승에서 만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각하고 있다.이유는 간단하다.재미가 없기 때문이다.올초 설날장사 결승전이 그랬다.별다른 기술은 보여주지 못하고 상대의 샅바만 쥐고 버틴 끝에 연달아 4판이나 비겨 팬들의 실소를 자아냈다.결국 마지막 판에 체력이 떨어진 김영현이 스스로 무릎을 꿇어 최홍만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아니나 다를까.이번 함양장사 결승전도 설날의 복사판이었다.무료한 기다림에 지쳐 “나,오늘 시간 많아!” “지금 장난치냐?” 등 냉소적인 고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마침내 최홍만이 5번째 판에서 김영현을 밀어치기로 눌렀지만 팬들은 개운하지 않은 표정이었다.왜 재미가 없는 것일까.이기기 위한 씨름만을 하기 때문이다.기술이 뛰어나지 못해 공격보다는 방어에 주력한다.그러다가 상대방이 중심을 잃거나 허점을 보이면 큰 키와 몸무게,힘을 이용해 밀어 제친다.체격을 이용해 윽박지르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그러나 씨름팬들이 단순히 누가 이기는지 궁금해서 경기장을 찾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호쾌한 기술끼리 부딪침 속에 승부가 갈리는 순간의 쾌감을 만끽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진정한 ‘프로’라면 팬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알고 충족시킬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올해 두 거인들이 결승에서 만날 확률은 80% 이상이라고 한다.대진표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남은 7개 대회 가운데 적어도 다섯번은 이들이 결승전에서 만난다는 얘기다.올해만 두번 만나서 10판을 겨뤘지만 8판이 무승부였다.단순히 계산하면 민속씨름 팬들은 앞으로도 20번이나 비기기 행진을 지켜봐야 한다.금강급 결승에서 시원한 뒤집기로 기술을 뽐낸 장정일이나 골리앗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다가 패한 박영배에게 더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거인들도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기술을 익히고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그래야 골리앗이 살고,씨름도 산다.
홍지민기자 icarus@˝
2004-03-15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