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삼보가 03∼04프로농구에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는 데 한몫을 한 제이 험프리스(42) 코치는 국내생활 2년여 만에 한국인이 다 됐다.경기가 없는 날이면 평소 봐둔 한식당으로 전창진 감독을 안내해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타고난 사교성으로 팀 연고지인 원주지역의 판·검사들은 물론 군장교들과도 친하게 지낸다.최근에는 미국의 아들 엑스비어(13)까지 불러들였다.
2년전 TG가 험프리스를 영입할 때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용병 선수들에게 주는 ‘달러’도 아까운데 이전 몇 차례 시도해 큰 효과를 보지못한 외국인 코치에게까지 또 월 1만달러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이라고 해도 한국농구에 뿌리 내리기는 힘들다는 얘기였다.그러나 03∼04시즌에는 KCC와 SK도 NBA 출신 코치를 영입했다.‘험프리스 효과’인 셈이다.
●‘어머니’ 같은 미국인 코치
TG가 지난시즌 챔프전과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험프리스였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또 ‘전창진-험프리스’ 하모니가 TG의 사상 첫 통합챔피언 등극을 이룰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감독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나는 위치 선정을 정확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감독이 전쟁터의 사령관이라면 자신은 사령관과 병사들의 곁을 지키는 참모라는 것이다.이런 그를 전 감독은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을 살피듯 꼼꼼하게 선수 뒷바라지를 하는 코치”라고 평가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을 한국무대에 연착륙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그는 지난시즌 챔프전 때 ‘향수병’이 도져 미국으로 떠나려던 데이비드 잭슨을 설득해 보따리를 풀게 했다.이번 시즌에도 다혈질에다 ‘나홀로 플레이’를 고집하는 앤트완 홀을 구슬러 팀에 융화시켰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NBA의 온갖 전술과 트레이닝 방법도 TG로서는 큰 자산이다.감독은 물론 선수들까지 허물없이 자문을 구하고,그는 밤을 새워서라도 노하우를 전수한다.
●“한국농구 발전 가능성 무궁”
험프리스와 한국농구의 인연은 그가 미국 대학선발로 활약한 지난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미국 대학선발팀은 타이완의 존스컵에 참가하기 앞서 한국에서 1주일간 머물며 국가대표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험프리스는 “한국 농구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으며,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선수들의 기량은 물론 감독들의 지도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칭찬만 하지는 않는다.험프리스가 한국 농구에 당부하는 첫번째는 빅맨을 키우라는 것.드리블과 슛이 좋은 선수는 많지만 골밑에서 궂은 일을 하려는 선수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그는 “승리는 3점슛이 아닌 골밑슛에서 나온다.”면서 “현재 만연해진 ‘센터 홀대’를 극복해야 한국농구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만 고집하지 말고 경기 전체를 읽고,상황에 맞게 풀어나가는 자율적인 농구를 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프로선수들의 ‘사회성’을 강조한다.“한국선수들은 코트 밖으로 나오면 왠지 어깨가 처지는 것 같다.”면서 “농구를 무기로 다른 분야에서의 대인관계를 적극 넓혀야 농구와 자신이 함께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글 이창구기자 window2@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2004-03-13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