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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청하듯 다가가 리퍼트 넘어뜨린 뒤 25㎝ 과도 휘둘러

악수 청하듯 다가가 리퍼트 넘어뜨린 뒤 25㎝ 과도 휘둘러

최훈진 기자
입력 2015-03-06 00:20
업데이트 2015-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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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피습 재구성·치료 경과

통일운동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리퍼트 대사 초청 강연회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됐다. 사건 현장인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입구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리퍼트 대사는 오전 7시 33분쯤 도착해 헤드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방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김씨는 3분 뒤인 7시 36분 같은 정문 출입구로 행사장에 들어갔고, 4분 뒤인 7시 40분쯤 리퍼트 대사는 피가 흐르는 얼굴을 감싸 안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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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오른쪽)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강연회에서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리퍼트(오른쪽)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강연회에서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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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가운데) 대사가 강연장 헤드테이블에서 안양옥(왼쪽) 한국교총 회장, 장 의원, 김덕룡(오른쪽) 민화협 상임고문 등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퍼트(가운데) 대사가 강연장 헤드테이블에서 안양옥(왼쪽) 한국교총 회장, 장 의원, 김덕룡(오른쪽) 민화협 상임고문 등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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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민화협 소속 181개 단체 가운데 하나인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 대표 자격으로 초청장을 받았지만, 회신(RSVP)을 하지 않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를 알고 있던 행사 관계자가 현장에서 손으로 써 준 이름표를 달고 세종홀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7시 35분쯤 참석자들에게 아침 식사가 제공됐다. 리퍼트 대사는 민화협 상임의장 중 한 명인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등과 헤드테이블에서 환담을 하고 있었다. 그때 헤드테이블의 뒷편 테이블에 있던 김씨가 갑자기 일어나 옆 테이블의 진보 성향인 모 대학 노모 명예교수에게 유인물을 전달한 뒤 악수를 청하듯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과도로 얼굴과 손 등을 여러 차례 찔렀다.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한민족사중앙연구회 상임회장인 이광원씨는 “사회자가 ‘아침 식사를 계속하면서 강연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개량한복 차림에 모자를 쓴 김씨가 갑자기 일어나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갔고, (리퍼트 대사의) 비명이 들렸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도와달라”고 외치며 피를 흘리면서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아 걸어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에서 지혈 치료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마치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10시부터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의 집도로 2시간 30분가량 봉합 수술이 진행됐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수술 후 브리핑에서 “얼굴 오른쪽 상처를 80여 바늘을 꿰맸고 왼쪽 팔 전완부에 신경접합술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얼굴 봉합 수술을 담당한 유 교수는 “광대뼈에서 턱까지 길이 11㎝, 깊이 3㎝의 상처였는데 천우신조로 주요 신경과 침샘 등을 비켜나가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조금만 더 (흉기가) 들어갔으면 경동맥이 손상됐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한 최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공격을 팔로 막는 과정에서 왼쪽 팔뚝 중간 부분에 3㎝가량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새끼손가락의 척골 신경과 엄지와 검지를 펼 때 쓰는 힘줄이 손상돼 봉합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종 전 입원했던 2001호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3∼4일가량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이곳에서 아들을 출산한 인연으로 리퍼트 대사가 직접 ‘병원을 옮겨 수술받겠다’고 요청했다”며 “주변 사람들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오히려 리퍼트 대사는 의연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를 받기 전 종로구 적십자병원에 옮겨져 제압당할 때 다친 발목 골절상 치료를 받았다. 민화협 관계자는 “김씨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참석자들에 따르면 ‘저런 사람도 여기 들어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하고 이상해 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03-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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