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물 도입에 각계 반응
의료계 “모자보건법상 규정 먼저”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공식화하자 여성계는 환영했고, 의료·종교계는 반발했다.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6일 성명을 내고 “여성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인공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여성이 경제적·지역적·사회적 여건과 무관하게 안전하고 존엄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태아의 생명이라는 가치만을 절대화해 여성의 생명, 건강, 자기결정권을 지워버리는 것은 생명 존중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여성이 통상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9주 이하’라는 기준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9주는 다소 짧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12주까지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을 보장하려면 법 개정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명예회장은 “형법과 모자보건법상 약물 임신중지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져야 검증이 가능하고 약물 사용 후 하혈 등 부작용을 대처하는 방법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안나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이사장은 “헌법불합치에 따른 법 개정을 하지 않은 채 약물만 도입하는 건 가장 무책임한 방법으로 낙태 문제를 종결하려는 것”이라면서 “모든 책임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다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아의 생명권’을 중시하는 종교계도 반발하고 있다. 기독교계 단체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은 전날 낸 성명에서 “태아를 죽이고, 자궁을 강하게 수축하는 약물을 통해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몸은 파괴돼 난임이나 불임에 이를 수 있다”며 “국민 생명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편향된 이념에 매몰돼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회 입법권조차 무시하고 급하게 낙태 약물을 허가하는 것을 즉각 중지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세줄 요약
- 정부, 임신중지 약물 도입 공식화
- 여성계, 안전한 접근 확대 환영
- 의료·종교계, 입법·안전성 우려
2026-09-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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