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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사처장 “MZ공무원 민원 스트레스 강도 더 커… 마음건강센터 상담자 57%가 MZ”

[르포] 인사처장 “MZ공무원 민원 스트레스 강도 더 커… 마음건강센터 상담자 57%가 MZ”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4-04-18 17:07
업데이트 2024-04-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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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인에 다친 公心 보듬는 제주 마음건강센터 가보니

김승호 인사처장 상담사 등과 간담회
6~9급 67%·여성 80% 상담 비중 차지
“폭언·고성 다수, 새내기 MZ 상담 늘어”
“극단 선택자, 기관·재직연수 분석할 것”
상담건수 4년 만 2만→7만 5000건↑
“공무원 건강해야 행정서비스 좋아져”
金, 특성화고 재학생 200명과 정책 소통
“공무원 115만명 평균 월급 5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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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상담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상담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최근 경기 김포시청 9급 공무원 등 악성민원인에 데인 저연차 공무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공무원 마음건강 회복을 지원하고 있는 제주 마음건강센터를 찾았다. 김 처장은 “20~30대 MZ 공무원들의 마음건강센터 상담건수가 57%, 6~9급 실무직 공무원의 상담건수가 67%에 달한다”면서 “마음건강센터의 상담 통계를 바탕으로 (민원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들을 기관, 연령별, 재직연수를 분석해 더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제주지방합동청사 내 있는 제주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운영 현황을 보고 받고 상주 상담사 등 실무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처장은 “민원 스트레스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정·수평·자율을 중시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자란 MZ공무원들이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 강도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공무원들이 많아 상당히 안타까운데 사전 예방 차원에서 마음건강센터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건강센터는 공무원(공무원과 그 가족, 순직공무원 유족 등)들의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2008년 서울에 첫 개소한 뒤 지금까지 해마다 2만~3만명의 공무원들이 민원 등 직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갈등 등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상담하고 있다. 올해 1월 문을 연 제주는 9번째 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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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상담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상담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제주센터에서 진단검사 등 프로그램 운영사인 천정현 휴노 대표는 김 처장과의 간담회에서 “3개월 간 감정노동을 하는 세무, 민원 담당 공무원 등 360명 이상(364명)이 참여할 정도록 빠르게 공무원 상담 건수가 늘었다”면서 “특히 신규 공무원들이 많이 오는데 MZ세대들이 공직 내 연착륙을 어려워해 의사소통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고 장기적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민원 스트레스로 센터를 방문하는 공무원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폭언과 고성이 굉장히 심해 민원 담당 공무원 옆에 앉은 공무원이 외상을 입거나 분노조절장애를 입은 민원인 분들은 특정 공무원을 찍어놓고 계속 찾아와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면서 “이는 비인격적 행위로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내가 잘못했다’고 자책하는데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있다. 기관 내에 해당 공무원을 지지해주는 체계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본인 동의 아래 해당 기관 의뢰는 물론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마다 늘고 있는 저연차 MZ공무원의 이직 행렬이 공직 조직문화에 대한 부적응과 민원 스트레스 등이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 처장은 “제주 마음센터의 상담 실적을 보니 3개월 만에 256건으로 매달 ‘더블’로 상담이 늘고 있고 전체적으로 20~30대 57%, 6~9급 실무 직원 67%, 여성이 79.3%로 젊은 신규 MZ공무원들의 스트레스로 더 많은 상담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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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인사처는 최근 공무원의 감정노동·심적 부담 등의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연계하고, 외래진료비와 약제비 등을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공무원 마음건강 진료비 지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악성민원 담당 공무원에게 3만원의 수당을 더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김 처장은 일각에서 악성민원 기준과 수당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 “악성민원 기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등 개인별로 (체감이) 크게 다를 수 있고 새내기 공무원들은 민원 담당을 맡았을 경우 관련 지식이나 대인 관계 스킬이 부족해 더욱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건강센터 상담·심리검사 이용건수가 2019년 2만건에서 지난해 7만 5000건으로 많이 늘었는데 남녀, 연령대, 재직연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좀 더 타깃을 명확히 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9년 마음건강센터 상담·심리검사 이용건수는 2만 79건(2만 2116명)에서 지난해 7만 5938건(3만 5510명)으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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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제주 제주지방합동청사 내 제주 마음건강센터 내부 모습. 마음의 안정을 주기 위해 톤 다운된 연두색과 나무색 가구들과 벽지, 식물들이 보인다.
18일 제주 제주지방합동청사 내 제주 마음건강센터 내부 모습. 마음의 안정을 주기 위해 톤 다운된 연두색과 나무색 가구들과 벽지, 식물들이 보인다.
김 처장은 간담회 뒤 마음센터 내부를 둘러봤다. 센터 내부는 연두색과 브라운, 흰색 등 비교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색상들로 인테리어가 돼 있었다. 나무로 만든 책상과 선반, 다양한 식물들도 곳곳에 보였다. 상담을 하러 온 공무원들의 심리를 고려해 설계된 것이다.

내부를 둘러보던 김 처장은 “상담사 보호를 위해 (상담자 돌발 행동 등에 대비한) 비상벨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천 대표는 수긍하며 “(위협 등) 만에 사태에 대비해 상담사는 대피가 용이한 문 앞에 자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처장은 “공무원들이 출근하고 싶고 행복해야 더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홍정연 제주마음건강센터장을 비롯해 상담자분들이 애를 많이 쓰는데 마음건강센터가 더 활성화돼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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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지방합동청사에 지난 1월 개소한 제주 마음건강센터를 돌아보며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지방합동청사에 지난 1월 개소한 제주 마음건강센터를 돌아보며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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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토론회 ‘청년공감’에서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들과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토론회 ‘청년공감’에서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들과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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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 토론회 청년공감’에서 제주 특성화고 재학생 등 200여명에 강의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 토론회 청년공감’에서 제주 특성화고 재학생 등 200여명에 강의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편 이날 김 처장은 청년세대 공직 유치 등 청년과의 현장 소통 강화를 위해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제주 관내 8개 특성화고의 재학생 200여명과 교사 등을 만나 청년세대의 공직진출, 공무원 채용의 미래 등을 주제로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토론회 청년공감’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지역인재 9급 등 지역 내 공직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 마련과 공무원연금, 공무원처우 등 구체적인 질문들을 쏟아냈다.

김 처장은 “공무원이 115만명인데 계산해보면 1인당 평균 550만원을 받는다. 일각에서 적다고 하지만 실제 수당 등을 다 합쳐보면 그렇지 않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공직은 근무여건이 좋다”면서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정되면서 개선 여지의 폭이 좁지만 국회에서 국민연금 비롯해 개정 논의가 추진 중이고 여전히 국민연금보다는 공무원연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처는 ‘청년에게 공무원이 다가감’ 줄인 ‘청년공감’ 정부인사 정책토론회를 오는 6월까지 총 30회 일정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13회, 전국 사회과학대학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횟수는 두배 이상 늘리고 대상도 이공계, 특성화고로 확대했다. 인사처장을 비롯해 본부 국장급 이상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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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28일 제주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토론회 ‘청년공감’에서 공무원의 보수 수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28일 제주문화교육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토론회 ‘청년공감’에서 공무원의 보수 수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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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 토론회 청년공감’에서 제주 특성화고 재학생 등 200여명에 강의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인사 정책 토론회 청년공감’에서 제주 특성화고 재학생 등 200여명에 강의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주 글·사진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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