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고침’ 내건 MZ 6000명…14%에 갇힌 노조 확 바꿀 것

‘새로고침’ 내건 MZ 6000명…14%에 갇힌 노조 확 바꿀 것

김정화 기자
입력 2023-02-22 18:08
수정 2023-02-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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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노조’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

LG전자·서울교통공사 등 8곳
대부분 20~30대 사무직·기술직

기성 노조 대화 언제든 열려 있어
노조 회계 공개, 법적 근거 빈약
이젠 정부·재계도 움직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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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은 “MZ 세대인 우리가 공정 키워드를 앞세우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그 프레임만으로 보는 건 싫다. 기성 노조와의 대화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안주영 전문기자
22일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은 “MZ 세대인 우리가 공정 키워드를 앞세우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그 프레임만으로 보는 건 싫다. 기성 노조와의 대화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안주영 전문기자
“노동 시장의 불합리한 생리가 노동조합 한쪽의 변화로만 달라질까요. 우리가 ‘새로고침’이라는 뜻을 내놨으니 정부와 재계에서도 이제 움직임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서부터 노동개혁이 시작하겠죠.”

기존 노동조합과 차별화를 시도해 노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며 신선한 도전장을 내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32·LG전자 사람중심노조 위원장) 의장은 “국내 노조 조직률이 14%에 불과하지 않으냐”면서 “그 작은 파이를 갖고 기존 노조와 경쟁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 의장은 “노조 간부 중 친인척을 채용하거나 퇴직 후 특정 사업체 임원으로 가는 등의 폐단이 있었다면 이건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이런 문제제기 자체가 노조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발대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 새로고침 노협은 그간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노총과 다른 ‘MZ세대 노조’의 탄생으로 주목받았다. ‘강성’, ‘전복’의 이미지로 가득한 기성 노조와 달리 새로고침 노협은 ‘공정’과 ‘상식’을 얘기한다는,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하지만 유 의장은 “MZ세대가 노조의 주축이 됐다는 이유로 정부와 경영·재계에서 원하는 ‘가상의 협의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며 새로고침 노협을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선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위한 정치적 투쟁을 지양하겠다는 것이지, 조합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동자 단체이자 협의체라는 점에선 다른 노조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현재 조합원 6000여명이 모인 협의체엔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 노조, LG전자 사람중심 노조, LS일렉트릭 사무 노조 등 8개 노조가 모였다. 50대 간부 등도 있지만 대부분 20~30대 사무직·기술직 노동자들이다. 양대노총처럼 노조법상 ‘연합(상급) 단체’는 아니고 사무직 노조들이 모인 수평적인 모임에 가깝다.

LG전자 TV본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유 의장은 2021년 사무직 직원들이 참여한 사람중심 노조를 만들고 현재까지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8년 입사 후 4년 차가 됐을 때 노조를 처음 꾸렸다. ‘회사가 근로자를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걸 느끼면서다.

유 의장은 “성과급 기준, 임금 인상률 등에 대해 노동자가 알 방법이 없었다. 노사협의회에 누가 참여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며 “여기다 직장 내 갑질로 폭행을 당한 동기를 직접 옆에서 보며 노동자 권익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최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와 관련해서도 “법적 근거가 빈약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조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크다 해도, 법적으로 제출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면 법 조항을 개정하든지 정당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비판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노동법에 따른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 행위 역시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유 의장은 “현재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따라 소수 노조인 우리는 쟁의권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능해진다면 필요한 경우 파업이나 시위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기성 노조와 달리 무조건 ‘투쟁’만 외치지 않고 다른 방법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는 게 유 의장 설명이다. 그는 “협의체에 불과한 만큼 사업장 내에서 교섭권이 없어 한계는 뚜렷하지만, 불합리한 현장은 어디든 있다. 거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 때 커피차를 보내는 것부터 불투명한 채용시장에서 정보 격차가 큰 취업준비생을 위한 컨설팅이나 노동시장과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까지 이들의 활동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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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장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으로서 그리고 결국 제도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투쟁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노동 환경도 세대도 바뀐 지금은 정치 투쟁만 유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3-02-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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