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꺼리던 광주 붕괴 실종 가족이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노출 꺼리던 광주 붕괴 실종 가족이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2-01-19 17:25
수정 2022-01-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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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층에서 내시경 카메라로 실종자 찾는 소방대원들
22층에서 내시경 카메라로 실종자 찾는 소방대원들 소방대원들이 18일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22층에서 5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물 사이로 내시경 카메라를 투입하고 있다. 광주시와 소방청 등으로 꾸려진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20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하고 구조견 11마리를 투입해 전 층을 수색했다.
소방청 제공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9일째 되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소방 당국에 당일 구조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천막에서 나와 기자들 앞에 섰다. 그간 실종자 수색에 방해가 될까봐 공개적으로 목소리 내는 것을 자제해오던 가족들이 실종자 5명에 대한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구조 소식을 기다려 왔던 실종자 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 광주 서구청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45)씨는 “현대산업개발은 물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광주시와 서구청은 (시간을 끌기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광주시와 서구청을) 구조 작업에서 배제하고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구조 당국이 상가피해자협의회나 화정아이파크입주예정자협의회에 실종가족들이 이렇게 현장에 있는데 큰소리가 나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면서 “우리를 방패막이로 삼고 시간을 오래 끌어서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안씨는 “크레인을 해체하지 않으면 내부의 캠프나 구조자가 작업을 못한다고 했는데 20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도 “실종자가 6명밖에 안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 신경을 안쓰시는 것 같다”면서 “저희 여섯명도 다 똑같은 국민이니 좀 나라에서 신경을 써서 최대한 빨리 구조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전진지휘소를 설치한 건 타워크레인 해체 등 구조 안정화가 된 뒤 신속히 투입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상층부 수색은 인명구조견을 투입해 첫 날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인명구조견과 초음파탐지기를 통한 수색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건물에 쌓인 잔해물을 치운 뒤 구조대원들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현대산업개발은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의 해체 작업을 21일까지 마무리하고 나머지 마스터(기둥) 부분은 그대로 놔둔 채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민성우 현대산업개발 안전경영실장은 “당초 계획과 달리 마스터를 존치키로 한 것은 해체 과정에서 외벽 충격 등으로 인한 2차 사고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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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은 “광주시, 현대산업개발 등을 배제한다고 해서 구조가 빨라지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실종 가족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은 실제로 기술적인 내용이나 공학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구조에 임하는 사람을 못 믿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가족에게 구조 상황에 대해 최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 점의 의문도 없게끔 설명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설령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문제가 있다 해도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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