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인데 분양은 파란색, 임대는 분홍색?

같은 아파트인데 분양은 파란색, 임대는 분홍색?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04-12 16:31
수정 2021-04-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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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왼쪽의 분양아파트는 최근 외벽이 파란색으로 새로 도색됐지만 오른쪽 임대아파트는 외벽이 빛바랜 분홍색으로 방치돼 있다.
12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왼쪽의 분양아파트는 최근 외벽이 파란색으로 새로 도색됐지만 오른쪽 임대아파트는 외벽이 빛바랜 분홍색으로 방치돼 있다.
“낡은 분홍색 동은 임대아파트이에요. 우리 가족은 분홍색 임대아파트가 아니라 파란색 분양아파트에 살아요.”

12일 찾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A 아파트. 1차와 2차 16개동 중 13개동의 외벽은 파란색 페인트로 새단장을 했지만, 나머지 3개동의 외관은 빛바랜 분홍빛이었다. 단지 안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주민 정모(13)군에게 “같은 아파트인데 왜 저 건물들만 분홍색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분양아파트와 공공임대 아파트가 섞인 소셜믹스로 만들어진 이 아파트는 2012년 이후 약 8년 만인 지난해 가을부터 외벽 도색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차 단지에서는 9개동 중 1개동을, 1차 단지에서는 7개동 가운데 2개 동은 도색 작업을 하지 않았다. 임대아파트는 관리 주체나 관리비 체계가 분양 세대와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약 30% 주민이 사는 임대아파트만 낡은 외벽이 그래도 남겨진 탓에 사정을 잘 알지 못했던 동네 주민들에게도 “분홍색 동은 임대 아파트”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황용삼(52)씨는 “주변 아파트는 모두 깨끗한데 바로 옆인 우리 동은 낡아서 괜히 눈치가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트 도색은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의 몫이다. 분양아파트는 집주인이 부담하는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약 3억원을 도색비로 썼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사회적 낙인 찍기를 우려하면서도 ‘집주인’인 서울시나 위탁관리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강길지(80)씨는 “거주민 대부분이 새터민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라면서 “다들 생계를 꾸리기도 바쁘고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는 생각에 서로 하소연만 한다”고 했다.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구조 등 외관상 차이는 차별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임대동에만 따로 철조망을 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B아파트 인근에서 사는 김민영(20)씨는 “주변에서도 무시하다보니 임대동에 사는 친구는 스스로 집에 대해 얘기하는 걸 부끄러워했다”면서 “계속 어울리지 못하고 끼리끼리 다니게 됐다”고 했다. 13년째 임대동을 경비하는 박모씨는 “예전에는 어린 아이들도 살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노인만 남았다”고 귀띔했다.

오정석 SH 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재개발·재건축 임대아파트는 지어진 후 서울시가 매입해 SH가 위탁관리하기에 분양 아파트와 외관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분양 세대가 주택 가격을 의식해 외관 도색 등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통상 5~7년마다 아파트를 도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SH가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H 관계자는 “매매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공존을 위해서 내년에는 임대아파트를 도색하겠다”면서도 “단지 상태를 평가한 후 도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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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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