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터를 내주시면…” 탈북 청소년 학교 오갈데 없어지나

“조금만 터를 내주시면…” 탈북 청소년 학교 오갈데 없어지나

입력 2019-12-10 17:06
수정 2021-02-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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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의 모습. 서울신문 DB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의 모습. 서울신문 DB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조금만 터를 내주면 같이 잘살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9일 만난 조명숙(49) 여명학교 교감의 말투는 시종일관 조심스러웠다. 인터뷰 중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 교감은 “그분들의 마음을 풀어 주면서 들어가고 싶은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올해 개교 16년째인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의 이전 계획이 벽에 부딪혔다. 민간 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여명학교는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새 부지의 일부 주민이 반대해 순조로워 보이던 이전 절차가 현재 중단됐다.

스무 살 안팎의 학생 89명이 여명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다. 학생들은 탈북 이후 남한에 입국한 청소년들과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출산한 자녀들이다. 절반가량이 한부모가정 자녀다.

조 교감은 “아이들이 낯선 곳에 오자마자 일반학교에 입학하면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면서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이곳에서 1~2년이라도 배우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명학교를 포함한 탈북 청소년 대안교육시설은 전국에 총 9곳이 있다.

여명학교는 서울 중구 남산동의 한 민간 건물을 빌려 학교 부지로 쓰고 있다. 운동장도 없고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해 교육 공간으로서는 열악한 환경이다. 여명학교는 2021년 2월 건물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3년 전부터 이사를 준비했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소유한 은평구 뉴타운지구(은평뉴타운) 내 2145㎡ 규모의 진관동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여명학교는 서울시와 협의해 SH공사로부터 직접 진관동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은평구의 용지 용도 변경이 다음 절차였다.

그런데 여명학교의 이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민이 반대에 나섰다. 은평뉴타운 주민들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는 “탈북자 시설 하나만 들어와도 집값이 떨어진다”, “안 그래도 여기 일반학교도 부족하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3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명학교 신설·이전 추진을 막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은평구는 지난 6일 진관동 부지를 학교용지로 변경하는 안을 보류했다. 행정절차상 입안권을 가진 구청이 용지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하지 않으면 서울시의 심의를 받을 수 없다.

이에 조 교감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우리 탈북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서 은평뉴타운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 교감은 “우리 아이들(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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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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