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에어비앤비’ 관광객 소란 “이웃들 동의받고 방 빌려주세요”

‘한국형 에어비앤비’ 관광객 소란 “이웃들 동의받고 방 빌려주세요”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12-17 22:06
수정 2018-12-1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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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민박’ 활성화되면서 소음 골칫거리

지자체, 민원 폭주에 ‘동의서’ 요건 강화
자치구 처분 권한 없어 현장 단속도 한계
“무허가 업체도 많아 새달까지 단속 계획”
“주민 동의를 받아 오셔야 합니다.”

최근 서울 강북의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김진형(34)씨는 부업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남는 방을 빌려주는 ‘도시 민박’을 하려고 구청에 연락을 했다가 예상치 못한 답변에 깜짝 놀랐다. 윗집, 아랫집은 물론 옆집에 사는 이웃들을 찾아가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말에 김씨는 곧바로 포기했다. 김씨는 “평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한 번도 인사를 안 했는데 불쑥 찾아가 민박업을 하겠다고 하기가 민망하다”면서 “요건이 이렇게까지 까다로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카풀 등 공유경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숙박 공유’ 영역에서는 소음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소음 민원이 빗발치자 주민 동의를 요구하는 등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청에는 한 통의 민원 전화가 걸려 왔다. 충무로의 한 오피스텔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소란을 피운다는 내용이었다. 아파트, 다세대 주택과 달리 오피스텔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방을 빌려줄 수 없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은 곧바로 현장 단속에 나섰다.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도 “최근 일부 세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방을 빌려주면서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허가를 받지 않은 도시 민박은 위법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공지문이 내걸렸다.

현행법상 소음 민원이 들어와도 자치구는 계도 차원에서 행정 지도를 할 뿐 과태료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공공장소가 아닌 주택에서 벌어지다 보니 함부로 집 안에 들어갈 수 없는 등 현장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민원은 많고 단속이 여의치 않자 서울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도시 민박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했다. 직접 피해를 보는 인접세대(윗집, 아랫집 포함)의 동의는 물론, 통로식 아파트는 해당 통로, 복도식 아파트는 해당 복도층의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으라고 한 것이다. 용산구는 아예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해 놓았다. 마포구, 종로구는 다세대 주택에 대해서도 입주자 전원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시의 도시 민박 등록업체 수는 증가폭이 다소 주춤한 상태다. 2013년 366개에서 지난해 1042개로 급증한 뒤 올해 1082개(9월 말 기준)로 40개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음 문제 등 갈등을 해결할 법이 정비돼 있지 않아 등록 요건을 강화했지만, 무허가 업체도 많다”면서 “내년 1월까지 불법 운영자 단속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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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12-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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