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소송 지연’ 박병대 전 대법관 “사심 없이 일했다”

‘강제징용 소송 지연’ 박병대 전 대법관 “사심 없이 일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8-11-19 09:55
수정 2018-11-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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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가운데)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19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가운데)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19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 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국고손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법관을 출석시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법관은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그야말로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위를 막론하고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심 없이 일했다는 말씀만 거듭 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2차 소인수 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회의에는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도 참석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의 최종 결론을 미루고 전원합의체에서 뒤집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접수했을 뿐만 아니라, 각급 법원의 유사 소송을 취합해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2013년 8월 재상고심 접수 이후 3년 넘게 중단된 이 사건은 이후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계획대로 진행됐다. 대법원은 2016년 10월 17일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고 이듬해 초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원합의체 회부 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또 헌법재판소와 위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헌재에 파견된 법관을 통해 재판관들의 평의 내용과 내부 동향을 수집하는가 하면, 청와대를 이용해 헌재를 압박하려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 5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된 상태다.

그는 지난 14일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30차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적시됐다. 검찰이 최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보하고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라 박 전 대법관의 혐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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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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