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뭉개다 붕괴 이틀 만에 철거…“상도유치원 증거 인멸 아니냐”

6개월 뭉개다 붕괴 이틀 만에 철거…“상도유치원 증거 인멸 아니냐”

유대근 기자
입력 2018-09-09 22:34
수정 2018-09-0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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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날 안전진단 요구에도 區는 미온 대처… 쏟아지는 의혹

“지반 강화 위한 철근 부족하게 넣은 듯”
“바뀐 법 따라 안전 평가했으면 사고 막아”
자체조사단 꾸린 구청 “뼈아프게 반성”
인근 주민들, 철거 현장서 소음·먼지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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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초등학교 오늘 임시휴교… 유치원은 교실 빌려 수업 진행
상도초등학교 오늘 임시휴교… 유치원은 교실 빌려 수업 진행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의 일부가 지반 불안으로 기울어진 지 나흘째인 9일 오후 중장비를 동원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유치원과 운동장 하나를 사이에 둔 상도초등학교는 10일 임시휴교를 결정했다. 유치원은 상도초 일부 교실을 빌려 일단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한밤중 건물 일부가 기울어져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날 뻔한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의 철거가 9일 시작됐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일부 주민은 “증거 인멸 아니냐”고 비판한다. 사고 이후 “무너진 옹벽(흙막이)에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것 같다”거나 “바뀐 법에 따라 안전평가만 했어도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는 등 의혹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는 자체 사고조사단을 꾸려 원인을 찾고 있지만 여론 불신이 가득 쌓인 상태라 결과가 나와도 설득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동작구는 이날 오후 2시쯤 ‘ㄷ’자 모양의 상도유치원 건물 중 크게 기울어진 부분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 유치원은 지난 6일 밤 11시 22분쯤 인접 빌라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바닥이 꺼져 건물 일부가 20도 가까이 기울었다. 구 측은 유치원 주변이 주택가이고 주민들이 사고 당일 굉음 탓에 크게 놀랐던 터라 철거 작업은 소음이 덜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브레이커’라는 장비로 두드려 파쇄시키는 방식 대신 집게 모양의 압쇄기(붐 크러셔)로 뜯어내는 방식을 동원한 것. 구는 10일 오후 6시쯤 본체와 지하층 철거를 끝내고 13일까지 잔재를 반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먼지와 소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철거 작업이 1시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주민 20여명이 철거 현장에 나와 “먼지가 나니 방진막을 설치해달라”, “물이라도 뿌려가며 해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안전상 더 위험하다”며 거절했다. 상도유치원 학부모라고 밝힌 한 30대 여성은 “애들 쓰는 건물은 100년 이상 갈 수 있게 지어야 정상인데 5년 만에 무너지다니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6개월가량 유치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으나 행정관청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측은 지난 3월 자체 컨설팅을 맡긴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로부터 “(인접 공사장의) 지질 상태가 취약해 붕괴 위험성이 높다”는 결과를 통보받고는 이를 구에 전달했다. “현장 방문과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는 공문도 보냈다. 하지만 구는 이 의견서를 공사 감독업무를 하는 감리사와 건축주에게는 보내지 않고, 시공사에만 보냈다. 이 때문에 대책 마련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당시엔 지정된 감리사가 없었고, 인허가 신청 때 건축주가 설계업체에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그쪽에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고 전날 건물 기둥에 균열이 가는 등 이상징후가 포착돼 유치원 측이 시급한 안전 진단을 요구했지만 구 측은 사고 때까지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뼈아프게 반성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비판은 거듭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이날 구의 언론 브리핑 자리에 나와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제대로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20m 이상 굴착 시 지질 등을 조사하도록 올해 1월 관련 법령이 발효됐다는 것이다. 구 측은 “문제의 빌라는 지난해 9월 인허가 서류가 접수되어 시점상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건축 행정의 실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문제 발생 때 적극 개입보다는 책임을 미루려 하는 ‘핑퐁 관행’ ▲공무원 1명이 수많은 현장을 맡는 인력 한계 ▲비용 삭감을 위해 안전 공법을 포기하는 안전불감증 등이 맞물려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변한 게 없다”면서 “안전 문제조차 국가에 기대할 수 없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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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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