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 법도 없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안전도 법도 없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기민도 기자
입력 2018-07-10 22:42
수정 2018-07-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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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1~2m 거리에 ‘버젓이’
보행자·운전자 시야 가려 ‘아찔’
구청은 “주차난 때문” 불법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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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주택가 도로 옆에 그려진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에 1t 탑차가 주차돼 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 주정차는 불법이지만, 일부 지자체는 이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 바로 옆까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주택가 도로 옆에 그려진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에 1t 탑차가 주차돼 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 주정차는 불법이지만, 일부 지자체는 이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 바로 옆까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한 주택가 도로에서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다가오는 차에 치일 뻔한 상황이 수시로 목격됐다. 이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도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급정거했다. 횡단보도 바로 옆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행자는 차량을 보지 못하다 보니 이런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인 곳에서의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다. 도로변에 직사각형으로 그려진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의 위치 선정이 잘못돼 있었던 것이다.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위법인 채로 방치돼 있어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관악구·동작구·금천구 등 서울 자치구에 있는 주차구역을 살펴본 결과 횡단보도에서 10m 이내에 있는 곳이 수두룩했다. 횡단보도와 고작 1~2m 떨어져 있는 곳도 있었다. 도로교통법이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에 주정차를 금지하는 이유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관할 구청과 시청을 비롯해 경찰도 횡단보도에 바짝 붙어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이 도로교통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주차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 관악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법에 어긋나는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없애면 불법 주차가 더 생길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위법을 바로잡는 게 옳다”면서도 “먼저 주차 구역을 지워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구청의 이런 반응에 대해 “보행자의 안전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고 꼬집었다. 이영미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수는 “횡단보도 인근에 그려진 주차구획선 때문에 인명 사고가 난다면, 구청은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승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는 “꼭 사고가 나야 뒤늦게 움직이는 업무처리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은 지난해 기준 11만 3887곳에 이른다. 2015년 12만 657곳, 2016년 11만 9569곳으로 매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과거에는 주민이 원하면 구청에서 주차선을 그려 줬지만,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 화재 참사 이후 소방도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금은 지역 경찰서장과 소방서장의 협의를 거쳐 통행에 지장이 없을 경우에만 지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과거에 이미 그려진 위법한 주차구역을 선제적으로 지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일부 구청은 지난 2월 소방도로 확보를 위해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지운 이후 쏟아진 항의 민원에 몸살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민원이 두려워 내버려 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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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7-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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