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고성·속초 실향민 표정
27일 오전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자 실향민들은 “이번에는 고향을 정말 방문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며 가슴 벅찬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임진각 찾은 실향민들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 파주 임진각을 찾은 실향민들이 남북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리본들을 살펴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할머니는 현재 ‘괸돌(고인돌)수용소마을’로 불리는 경기 파주 상지석동에 66년째 살고 있다. 이 마을에는 1·4후퇴 때 진동면에서 피난 나온 주민 300여 가구가 정착했다.
문산 태영부동산 조병욱 공인중개사는 “진동면을 비롯해 민통선 안에서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없어 농사만 지을 수 있다”면서 “남북 간 평화체제가 확립돼 민통선 안에서도 사람이 집을 짓고 다시 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슴 높이까지 눈이 쌓인 겨울 부친과 단둘이 함경남도 풍산에서 월남했다는 김용한(76·경기 파주 교하동)씨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너무 그리워하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아쉽다”면서 “어머니와 누이들은 이미 돌아가셨겠지만 당시 갓난아기였던 막냇동생은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통 크게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폐허처럼 변한 강원 고성군 명파리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함경남도에서 1·4후퇴 때 어머니와 남동생을 남겨 놓고 아버지와 단둘이 월남했다는 김모(88)씨는 “북에 두고 온 가족 모두 사망한 사실을 몇 년 전 확인했지만 조카들의 생사는 아직 모르고 있다”면서 “이번 남북 정상 간 만남으로 곧 고향을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12세 때 함경북도 북청에서 월남해 실향민 마을인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사는 김진국(78) 노인회장은 “실향민 1세대들은 대부분 세상을 뜨고 이제는 몇 명 남지 않았다”며 “남은 사람들만이라도 고향땅을 밟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바이마을에 생존한 실향민 1세대는 대략 100여명. 이 가운데 절반은 고령으로 거동이 매우 불편하다.
파주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철원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2018-04-28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