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교육 뒤 자격증… 있으나 마나 ‘소방안전관리자 ’

4일 교육 뒤 자격증… 있으나 마나 ‘소방안전관리자 ’

이혜리 기자
입력 2018-02-14 22:00
수정 2018-02-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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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등 겸해… 전문성 떨어져

“자격 강화 등 제도 개선 시급”

서울 강서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이모(30)씨는 지난달 퇴근길에 같은 층 이웃이 불탄 집기류를 정리하는 것을 발견했다. 복도는 연기와 탄 냄새로 가득했다. 다행히 불은 꺼진 상태였다. 화재 당시 경보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 궁금해진 이씨는 ‘소방안전관리자’인 오피스텔 관리소장에게 해당 사항을 문의했으나 소장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평소 소방 점검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일년에 2번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법적으로 반드시 하게 돼 있는 점검만 외부업체를 통해 하고 있다는 의미다.

건물주에게 월급을 받으며 건물 화재 예방을 책임져야 할 소방안전관리자가 넘쳐나지만 제대로 역할을 못 해 오히려 화재 예방의 구멍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소방안전관리자인 총무과장 김모(38)씨가 3년간 세 차례 ‘셀프 안전점검’을 하고 “문제가 없다”는 결과표를 소방서에 제출해 구속된 상태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일정 면적 이상의 건물은 반드시 소방안전관리자를 둬야 한다. 이들은 피난시설과 방화시설, 소방시설 유지와 관리, 소방훈련과 교육 등 소방안전관리에 필요한 업무 등을 하도록 돼 있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지난해 1월 기준 33만 9985명(특급 580명, 1급 1만 1544명, 2급 14만 6418명, 3급 13만 3891명)에 이른다.

겉으로 보면 숫자가 많은 것 같지만 내실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손쉽게 딸 수 있어서다. 일정 인터넷 교육 등을 수강하고시험을 치르면 된다. 한 상가의 건물주 박모(45)씨는 “4~5일 정도의 교육을 받고 간단한 시험을 치른 뒤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 건물의 건물주나 건물 관리자가 소방안전관리자 업무를 겸하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을 손쉽게 따는 현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34만명에 이르는 소방안전관리자들이 전문성을 갖춰 화재 예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건물주들이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소방안전관리자를 고용한다”면서 “우리도 건물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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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2-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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