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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의존적’→‘배려심 많다’…교장·교감이 학생부 조작

‘부모 의존적’→‘배려심 많다’…교장·교감이 학생부 조작

입력 2017-10-30 10:06
업데이트 2017-10-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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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경찰청, ‘수시 합격’ 자녀 학생부 조작한 교사도 적발교육행정정보시스템 마지막 수정자 정보만 남아…감시 장치 미흡

경북지역의 한 사립고 교장과 교감이 학교운영위원을 포함한 유력 학부모 자녀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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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조작 지시
학생부 조작 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해준 사립고교 학교장과 교감 등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학생부 조작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교장과 교무과장의 문자메시지 갈무리.
경기북부경찰청 제공=연합뉴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북지역 A고교의 교장 B(59)씨와 교감 C(56)씨, 교무과장 D(54)씨 등 교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B 교장 등은 지난 2월 자신이 부임 중인 A고교 소속 재학생 5명(당시 1∼2학년)의 학생부를 임의로 수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담임교사 등을 시켜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입력한 내용을 출력하게 한 뒤 수정사항을 표시해 담임교사가 고치도록 한 혐의다.

주로 학생과 관련한 부정적인 뉘앙스의 표현을 삭제하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바꿨다.

예를 들면, ‘부모에게 의존적’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내용이 ‘순종적이고 배려심이 많다’는 표현으로 바뀌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출력물 상단에 빨간색 글씨로 해당 학생의 부모 직업을 적어 놓고 내부에서 구별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불법적 특혜를 받은 학생 중 2명은 부모가 학교운영위원회 소속으로, 학교 행정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학부모들을 위해 교장과 교감 등이 유력 학부모들의 자녀 학생부를 ‘알아서’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C 교감이 B 교장에게 ‘특히 꼭 봐야할 학생을 좀 보내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B 교장이 이를 다시 D 교무과장에게 보내 수정 지시 내용을 확인하는 등 서로 공모한 정황이 밝혀졌다.

학부모와 학교 측이 사전에 공모했거나 대가성 청탁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자기 아들을 위해 학교생활기록부를 수정한 수도권의 한 사립고교 교사 E(54)씨와 동료 교사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씨는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의 학교생활기록부 수천자를 조작한 혐의로 앞서 교육청에서 적발돼 고발 조치됐다.

이 학교는 A고교와 같은 학교법인이며, 해당 학생은 실제로 서울지역 사립대 보건계열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이 지난해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합격했으며, 경찰은 해당 기관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나이스 시스템에서 학생부를 수정하더라도 마지막 수정자 정보 기록만 남을 뿐, 이전 로그 기록과 기존의 수정 내용이 저장되지 않는 등 학생부 조작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나이스 로그 기록 등을 모두 보존하는 방안과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외부위원 참여규정을 신설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 내용을 교육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공정한 입시경쟁을 방해하는 학사비리 관련 제보자에게는 혐의가 확인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제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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