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5시간 포위작전…불 시작 서쪽 뚫고 동남북 차단 ‘사투’

수락산 5시간 포위작전…불 시작 서쪽 뚫고 동남북 차단 ‘사투’

입력 2017-06-02 09:29
업데이트 2017-06-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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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가시나무에 찔리고 암벽 오르기도”…민·관·군 동원 악전고투

축구장의 5.5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산불을 잡기 위해 소방당국은 2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화작전’을 펼쳤다.

불은 1일 오후 9시 8분께 수락산 귀임봉 아래 5부 능선 지점에서 시작됐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산의 남서쪽 정도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불이 났을 당시 수락산 일대에는 초속 5m의 북서풍이 불다가 북동풍으로 풍향이 바뀌었다.

소방당국은 발화지점과 풍향을 고려해 ‘서쪽을 뚫어놓고 동·남·북쪽에 방어선을 친다’는 작전을 세웠다.

소방 관계자는 “방어선은 통상적으로 바람이 부는 방향을 고려해 설정한다”며 “북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에 방어선 위치를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전에 따라 촘촘하게 인력이 배치됐다. 귀임봉 너머 북동쪽의 방어선 내부 지점에 소방 인력 9개대와 구청 직원 100명이 자리했다. 소방 1개대는 9명으로 구성됐다.

방어선 외측 북쪽의 학림사가 있는 곳에는 소방 7개대가 배치됐다. 북동쪽 당고개 지역엔 경기도에서 지원 나온 소방 8개대, 동쪽 온곡초등학교 지점에는 소방 7개대에 군인·구청 직원 등 10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만약의 경우 불이 해발고도 285m의 귀임봉을 넘어와 다른 방향으로 뻗칠 경우 이를 막는 역할을 맡았다.

방어선이 없는 서쪽에는 ‘최전선 보병’에 해당하는 소방관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들은 불이 산자락의 아파트 등 아래쪽 민가로 번지지 않게 막는 동시에 도보로 능선을 오르며 불을 꺼뜨려 나갔다.

‘서부 전선’에 투입됐던 한 소방관은 “수락산이 산세가 험한 편이라 오르기가 힘들었다. 가시나무에 찔리기도 하고 암벽을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야간이라 소방헬기의 공중 지원이 불가능한 탓에 이들은 고압 펌프차에 연결한 소방 호스를 끌고 가거나 등짐 펌프를 지고 산을 올라가야 했다.

군부대가 ‘수색·정찰’ 작전을 할 때처럼 귀임봉의 5∼8부 능선에 붙은 불을 꺼뜨리며 조금씩 위쪽으로 진격한 이들은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또 돌발 변수를 만났다.

정상에서는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 혹시라도 작은 불씨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큰불로 번질 수 있었다.

다시 판세를 읽고 전략을 가다듬은 소방당국은 2일 0시께부터 귀임봉 꼭대기에서 아래쪽으로 물을 뿌리는 ‘강공’을 선택했고 결국 2일 오전 2시 25분 초진에 성공했다.

큰 불길은 모두 잡아낸 소방당국은 낙엽을 뒤져가며 잔불을 완전히 잡아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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