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 된다’던 엘시티 인허가…이영복 손대니 ‘술술’

‘절대 안 된다’던 엘시티 인허가…이영복 손대니 ‘술술’

입력 2016-11-13 15:04
수정 2016-11-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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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로비로 정권 실세·정관계 유력인사들 압력 행사 의혹

“현재 해운대 엘시티(LCT) 땅은 누구나 탐냈던 곳이었지요. 하지만 토지 용도변경과 각종 인허가 문제 때문에 도저히 사업성이 안 나와서 다들 포기했었죠. 근데 이영복 회장이 손을 대니 거짓말처럼 술술 풀리는 겁니다. 인허가권을 쥔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걸 보고 ‘역시 이영복이구나’ 했습니다.”

한 부산 건설업체 대표의 말이다.

엘시티의 인허가 과정을 보면 한 마디로 난공불락의 요새가 힘없이 무너지는 과정을 연상케 한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의 딸이 온갖 우연이 겹치며 승마특기생으로 대학 관문을 뚫은 것처럼 이 회장이 일사천리로 인허가 난관을 헤쳐 나간 과정에도 그저 우연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 사계절 체류형 관광리조트→럭셔리 주거타운

엘시티 사업은 2006년 11월 부산시가 현재 사업지역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명칭은 ‘해운대관광리조트’로 체류형 사계절 복합관광리조트가 개발 콘셉트였다.

사업 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는 2007년 6월 민간사업자 모집공고를 낸다.

“해운대관광특구 내 장기 미개발로 방치돼 슬럼화된 지역을 관광, 휴양, 레저, 여가 등 사계절 체류형 관광시설로 조성해 부산의 랜드마크로 개발하자”는 게 당초 사업목적이었다.

당시 외부용역으로 만든 공모요건을 보면, 관광시설용지에 적합한 시설을 도입하되, 주거시설과 오피스텔은 제외하게 돼 있다.

또 사업지역 중 바다 쪽 건축물의 높이를 60m로 제한한다고 돼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2007년 11월 초 이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청안건설이 주간사로 참여한 ‘트리플 스퀘어’(현 시행사인 엘시티 PFV 전신)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한다.

이때부터 민간사업자 공모 때 부산시가 내세웠던 각종 규제가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은 불허한다는 방침은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엘시티 측의 요구에 무너져버렸다.

엘시티 시행사 측에서 주거시설 도입을 요구하자, 관련 공공기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부산도시공사가 해운대구청에 주거시설 도입을 제안했고, 해운대구청은 관련 기관 협의를 요청했다. 부산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었고 심의를 거쳐 주거시설 도입을 결정했고, 최종적으로 부산시가 승인하면서 복합관광리조트는 럭셔리 주거타운으로 변모한다.

◇ 이영복 돕자?…특혜성 인허가·행정조치 잇따라

주거시설 도입이 결정되자 특혜성 인허가와 행정조치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먼저 당초 5만10㎡였던 엘시티 터가 6만5천934㎡로 31.8%나 늘었다. 2008년 11월 해운대구의회가 “방치된 옛 한국콘도 자리를 편입해 함께 개발하자”고 청원했고, 부산시는 도시계획변경 절차를 밟아 승인해줬다.

이 덕분에 엘시티 사업성은 훨씬 높아졌다.

주거시설 도입 결정과 함께 해당 토지지정도 속전속결로 변경됐다.

엘시티 사업구역 중 52%를 차지하는 해안 쪽 땅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중심지 미관지구였지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미관지구로 일원화됐다.

2009년 해운대구청이 부산시에 ‘도시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했고, 시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가결했다.

부산시는 해운대해수욕장의 경관개선지침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해안경관개선지침은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건물 높이 제한을 60m로 제한한다는 게 핵심인데, 부산시는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짓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건축 높이 제한을 풀어줘 버렸다.

해운대해수욕장 코앞에 지어져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었지만 환경영향평가는 받지 않았다.

부산시는 ‘도시개발사업은 사업면적 12만5천㎡ 이상인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는 조례를 인용, 엘시티는 사업면적이 6만5천934㎡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줬다.

그러나 엘시티는 연면적이 66만1천134㎡로 대지면적보다 매우 넓어 부산시 자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부산시는 엘시티에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 후인 2012년 1월 건축물 연면적이 10만㎡ 이상이거나 층수가 50층 이상, 건물 높이가 200m 이상인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도입되고 호텔과 워터파크 등이 들어서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게 뻔한데도 교통영향평가는 단 한 차례 전문위원회를 거쳐 통과시켜줘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것도 모자라 부산시는 온천사거리∼미포 6거리 도로(614m) 폭을 15m에서 20m로 넓히는 공사를, 해운대구는 달맞이길 62번길(125m) 도로 폭을 12m에서 20m로 넓혀주는 공사까지 해주기로 했다.

부산도시공사는 엘시티 사업지역(6만5천934㎡)을 당시 시세보다 낮은 2천336억원에 매각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 어려웠던 시공사 선정·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도 한 방에 해결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국내외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기를 꺼렸지만 지난해 7월 포스코 건설이 ‘책임준공’까지 내세우며 시공사로 참여한 것도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우건설과 세계 최대의 건축회사인 중국건축(CSCEC) 측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엘시티 사업에서 손을 뗐다.

엘시티 시행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차질을 빚어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BNK 금융그룹 부산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대주단이 1조7천8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항간에는 이 회장의 로비설 또는 정관계 유력인사 혹은 금융권 고위 인사의 개입설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엘시티 인허가 문제를 거침없이 해결했을뿐만 아니라 특혜성 행정조치까지 받은 이면에는 부산의 정관계 유력인사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부산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이 국정농단 장본인인 최순실씨와 한 달 곗돈이 1천만원이 넘는 친목계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포스코가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한것과 16개 금융기관이 2조원에 가까운 돈을 대출해 준 과정에 정치권 핵심 실세들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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