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前대표 마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아동·엄마의 눈물

옥시 前대표 마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아동·엄마의 눈물

입력 2016-10-11 13:55
업데이트 2016-10-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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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서 임성준군 증인신문…어머니 “당신들 때문에 어떻게 됐는지 보세요”

“여기 계신 분들, 성준이 얼굴 좀 보세요. 당신들 때문에 어떻게 됐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를 이 아이 얼굴 좀 보세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13) 군의 어머니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311호 법정에서 피고인 신현우(68) 전 대표를 비롯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관계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임군은 ‘옥시 책임자들에게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증인석에 나서게 됐다. 그간 신 전 대표 등의 재판을 방청석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임군은 이날 어머니와 함께 증인석에 올라 가까이서 피고인들을 마주했다.

휠체어에 탄 임군은 산소통에 이어진 호흡기 튜브를 코에 연결한 채 피고인들을 바라봤다. 재판장이 이름을 묻자 갈라진 목소리로 “임성준이요”라고 짧게 대답한 것 외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임군을 마주한 신 전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벗어든 채 임군과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이날 신 전 대표와 존 리(48) 전 대표 등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자들의 공판에서 임 군 어머니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었다.

2003년 1월에 태어난 임군은 이듬해 2월까지 건강하다가 생후 14개월 구토 증세를 보였고, 급성호흡심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까지 거친 끝에 11개월 만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임군 어머니는 “병원에서 뇌가 많이 손상돼 깨어나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며 “바보가 되어도 좋으니 깨어나 달라고만 했는데, 깨어난 성준이가 나를 보고 웃고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임군은 퇴원한 뒤에도 한동안 위에 연결된 관을 통해 음식물을 섭취했고, 지난해까지 1∼2년을 제외하면 면역력과 심폐기능이 약해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불과 몇 달 전에도 호흡 곤란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20여분 동안 증언하며 여러 차례 눈물로 말문이 막힌 임군의 어머니는 “책임자들을 용서하고 싶지만 벌은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2010년 1월 태어난 딸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19개월 만에 병원에서 딸을 잃은 최승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도 증인석에 앉았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선임연구원 출신인 최씨는 “(과학자로서) 제품을 쓰기 전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천연 재료로 만들어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등 문구를 믿었기 때문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발병했다고 밝혔다”며 “정확하고 엄중한 판결을 내려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게끔 사회에 경종을 울려 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옥시의 의뢰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유해성 실험을 했던 호서대 유모(61) 교수를 증인으로 불렀지만, 불출석해 18일 신문하기로 했다. 유씨는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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