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한폭탄’ 정신질환 운전자 의료정보 공유 논란

‘달리는 시한폭탄’ 정신질환 운전자 의료정보 공유 논란

입력 2016-08-02 16:32
수정 2016-08-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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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인권위 권고’에 건강보험공단·경찰청 정신질환자 통보 추진 중단

뇌전증(간질) 환자가 외제차로 광란의 질주를 벌여 17명의 사상자를 낸 것을 계기로 뇌질환·정신질환 등의 병력을 운전면허발급기관이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고 맞서고 있다.

우선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일처럼 정신질환 등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개인 병력을 면허발급기관과 병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운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사생활 침해 주장 때문에 사실상 관계기관이 손 놓고 있었다”며 “뇌전증·정신질환은 물론 치매·알코올중독과 관련 규정이 전혀 없는 당뇨 환자의 운전면허 취득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과거 정신질환 병력을 근거로 운전면허 취득을 금지해서는 안 되지만 공공의 안전을 위해 제한된 의료정보를 관련 기관이 공유하고 정신질환자 등이 주기적으로 치료와 약 복용으로 정상 생활을 한다는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의사가 해당 운전면허를 취득·갱신하려는 정신질환자나 뇌전증 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면허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료정보 공유 과정에서 개인 피해를 예방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공기관 간 근거 없이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관행이 만연한 상태에서 민감한 의료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인권 변호사는 “얼마 전 교육행정시스템인 나이스(NEIS)의 탈북청소년 정보가 국가정보원과 통일부에 공유된 사실이 드러났듯이, 당사자는 의료정보 유출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법령 근거를 갖추고 이를 제대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외부 검증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음주운전 사고보다 드물게 발생하는 뇌전증 환자의 교통사고를 비정상으로 낙인찍고 너무 쉽게 민감한 의료정보를 공유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운전자의 의료정보 공유 방안은 14년 전인 2002년 감사원이 처음 제기했다.

당시 감사원은 운전 부적격자인 정신질환자와 시력장애인 등이 면허를 보유해 교통안전을 위협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경찰청 간의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치매나 조현병(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으로 총 진료일수(투약일수 기준) 180일 이상의 환자 1만3천328명의 의료정보를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아 1만2천800여명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하고 이중 3천여명을 검사했다.

하지만 환자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민감한 의료정보 공유가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경찰청장 징계까지 정부에 권고했다.

당시 운전면허 업무를 관할하던 경찰청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정신질환 등의 의료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인권위 권고에 따라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이후 2011년 운전면허업무가 경찰청에서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된 뒤에도 정신질환자나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 취득·갱신 심사는 허술하게 진행돼왔다.

면허시험 응시자가 병력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면허취득을 제한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군대,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의 기관은 정신질환자, 알코올·마약 중독자 등 운전면허 결격 사유 해당자 정보를 도로교통공단에 통보하지만, 규정이 약해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뇌전증 환자를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영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사고는 인권위원회 차원에서 한번 논의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 위원회가 의견 표명을 하든지, 정식안건으로 다뤄볼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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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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