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에 혈서까지’…감투싸움에 눈 먼 지방의회

‘뒤통수에 혈서까지’…감투싸움에 눈 먼 지방의회

입력 2016-07-06 16:02
수정 2016-07-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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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놓고 자리 욕심에 여야 구분없는 합종연횡 ‘눈총’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둔 지방의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로 불려야 할 지방의회가 감투 욕심에 여야를 막론한 이합집산이 난무한다. 약속 파기와 배신은 기본이고, 심지어 혈서각서까지 나오는 등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2년마다 반복되는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을 바라보는 주민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하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잡음을 원천적으로 막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후반기 때 밀어줄게”…혈서각서까지

경남 의령군의회는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의원 간 자리 나눠 먹기를 약속한 ‘혈서각서’의 존재가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의령군의회는 지난 4일 제222회 임시회를 열어 7대 후반기 의장으로 손호현(새누리당) 의원을 선출했다.

하지만 1표 차로 낙선한 A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에 나서면서 혈서각서의 존재가 드러났다.

A 의원은 “2년 전 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제가 의장을 양보하는 대신 후반기 의장을 맡도록 지지하기로 한 각서를 썼지만, 동료 의원 1명이 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개한 각서에는 A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밀어준다는 내용과 함께 의원 6명이 피로 지장을 찍은 자국이 선명했다.

A 의원이 ‘배신자’로 지목한 B 의원은 의장 선출 투표에서 기권한 것으로 확인했다.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혈서 각서’까지 작성된 것에 대해 의회 안팎에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군민 김모(57)씨는 “지방의회가 수준 이하란 얘기를 듣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낙선한 A 의원이 B 의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해 경찰 수사 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아군도 적군도 없다’…약속 파기는 예사

충북 단양군의회는 지난 5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으나 다수당인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전반기 원 구성 때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파행이 예상된다.

단양군의회는 당일 전반기 부의장을 지낸 조선희(새누리당)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조 의장은 재적 의원 7명 중 4표를 얻어 같은 당 오영탁 의원을 한 표 차이로 눌렀다.

그러나 오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3명은 의장 선출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2년 전 전반기 원 구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단 구성을 논의하면서 합의한 후반기 원 구성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반기에 같은 당 이범윤 의원과 조 의원이 의장단을 맡고 후반기에는 오 의원과 천동춘 의원이 각각 의장, 부의장을 맡기로 한 약속을 조 의원이 깼다는 것이다.

조 의원이 약속을 어기고 출마를 고집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의 협조로 당선됐다는 얘기다.

오 의원 등은 “새누리당 충북도당과 협의해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 영동군의회에서도 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 내 경선에서 탈락한 박계용 의원이 사전 약속이 파기됐다며 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 다수당 분열 속 소수당 ‘어부지리’

경남에서는 다수당 분열에 소수당 의원이 의장 등 요직을 차지한 의회도 있다.

새누리당 소속이 다수인 창원시의회 후반기 의장 자리는 무소속 김하용 의원이 차지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선거에서 김 의장은 22표를 얻어 21표에 그친 새누리당 노판식 의원을 눌렀다.

창원시의회 전체 의원 43명 중 새누리당 소속은 절반을 훨씬 넘는 27명이다.

다수당에서 의장을 배출하는 게 관례지만 마산·창원·진해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분열하면서 무소속 의원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게 지역정가의 전언이다.

통영시의회 역시 무소속인 유정철 의원과 문성덕 의원이 각각 의장과 부의장에 당선됐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소수당 의원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수당의 내부 분열에 따른 실망감의 표출이자 의원 간 불신이 빚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 물밑거래 가능한 선출방식이 문제…개선 시급

2년마다 원 구성을 놓고 감투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물밑 합종연횡을 통해 자리 나눠 먹기를 하는 ‘교황 선출방식’으로 의장단을 뽑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는 의원 중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거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세부 선출 방식은 각 의회 재량에 맡겼다.

1991년 3월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방의회들이 한결같이 택한 것이 교황 선출방식이다. 별도의 후보 등록 없이 전체 의원이 후보가 돼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이나 부의장을 뽑는다.

이렇다 보니 의원들, 그것도 다수당 의원들이 물밑에서 정리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감투 나눠 갖기를 위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이뤄진다.

지역주민들이 의장 후보의 자질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후보 등록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추가적인 공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원 구성을 둘러싼 지방의회의 잡음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공통된 견해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금의 제도 아래서는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 없이 이해관계 속에서 감투를 나눠 갖는 지방의회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며 “밀실야합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의장단을 뽑을 수 있도록 후보 등록제 도입과 이를 뒷받침할 행동강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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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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