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에 동생 소변 가져간 ‘마약 언니’

경찰 조사에 동생 소변 가져간 ‘마약 언니’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16-04-03 13:21
수정 2016-04-0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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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이 잃어버린 주사기와 필로폰. 서울시 제공
마약사범이 잃어버린 주사기와 필로폰.
서울시 제공
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은 언니(48)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며칠 전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게 발각됐다. 언니는 이미 같은 범죄로 실형을 산 적이 있었다. 재판에 넘겨지면 최소 징역 10개월이었다.

다시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던 언니는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다 묘안이 퍼뜩 떠올랐다. 경찰이 본격 조사에 앞서 소변 검사를 먼저 하는 점을 기억해낸 것이다. 정상인의 소변을 내 것인 양 제출하면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언니는 경찰 출석 직전 여동생을 찾아가 “소변을 달라”고 했다. 언니를 도우려던 동생은 자신의 소변이 담긴 종이컵을 건넸다. 조사에 임한 언니는 “간이 검사를 위해 소변을 제출하라”는 지시에 화장실에 들어간 뒤 동생의 것을 갖고 나왔다.

그런데 검사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동생 소변에서 마약 성분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정밀 검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변을 넘겼다. 무사히 귀가할 줄 알았던 언니는 그 길로 유치장 신세가 됐다.

소변 검사가 양성으로 나온 건 동생이 지병으로 평소 복용하던 약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A씨는 유치장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소변을 바꿔치기했다”고 경찰에 실토했다.

언니에겐 마약 혐의에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됐고, 동생도 이를 방조한 혐의로 입건됐다. 막상 국과수의 정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법정에 선 자매는 죄를 뉘우치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는 자신의 잘못으로 동생이 범행에 가담했다며 동생을 감쌌다. 동생도 언니를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눈물겨운 자매애에도 수사기관을 속이려 한 죗값은 치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는 언니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10만원을, 동생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김 판사는 “수사기관의 착오를 이용해 증거를 조작한 자매의 행동은 마약사범 단속을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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