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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실태와 대책] “부모 자식은 갑을 관계… 무서워 학대 피해 말 못 해”

[아동학대 실태와 대책] “부모 자식은 갑을 관계… 무서워 학대 피해 말 못 해”

오세진 기자
입력 2016-01-18 22:38
업데이트 2016-01-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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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치사 수사 경찰관 3인 인터뷰

경기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은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아동 인권 침해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신문은 18일 과거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경북 칠곡 계모 사건, 울산 계모 사건, 대구 친부 사건 등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피의자를 직접 조사했던 경찰관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해법의 일단을 찾아보고자 한다. 직접 발언 형식으로 정리했으며 그들의 요청에 따라 3명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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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칠곡 계모 사건 수사 경찰관 A씨

아동학대 사건에서 보이는 부모 자식의 관계는 ‘갑을(甲乙) 관계’와 같은 것이다.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는 부모가 무서워 학대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당시 피해자 김모양에게는 두 살 많은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김양 언니도 계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는데 김양 언니가 판사와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때릴까 봐 시키는 대로 했다”며 거짓 진술 사실을 털어놨다. 다행히 피해자가 전에 다녔던 학교 교사, 아동보호센터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아동학대 정황을 찾을 수 있었다. 피해자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멍 자국 등 아동학대를 의심케 하는 흔적이 아주 많았다. 현재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교사나 보육기관 종사자에게 신고 의무가 주어져 있다. 신고가 이뤄지면 아동보호기관이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을 방문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일인지 확인하려 하면 부모가 거부하기 일쑤다. 피해를 입은 아이를 못 만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에서 사법기관 개입까지 바로 연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울산 계모 사건 수사 경찰관 B씨

아동학대는 열에 아홉은 집 안에서 이뤄지지만 집 안에 폐쇄회로(CC)TV 등이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니라서 증거를 수집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학대 장면을 목격한 형제자매가 있더라도 ‘친부모가 살인을 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데다 법원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제정신이 아니고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때려 피가 나면 끌어안고 우는 부모가 있을 정도로 분노조절장애나 순간적 판단 착오 사례가 많다. 상당수 부모는 아이에 대한 걱정도 하지만 자기가 직장은 어떻게 다닐지, 남편이 이혼하자고 하지 않을까 하는 등의 걱정도 한다. 끝까지 본인이 죽게 만든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 당사자에게 죄책감은 있는데 일반인이 느끼는 감정의 30%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구속되면 어쩌나 하며 자기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 대구 게임 중독 친부 사건 수사 경찰관 C씨

친부는 아이가 죽고 나서도 한동안 같이 생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PC방에도 지속적으로 다녔다.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사실 시신을 유기한 이유도 간단했다. 집에 시신을 뒀는데 부패하면서 냄새가 많이 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신을 베란다로 옮겼다가 그래도 냄새가 심하니까 인근 빌라에 있는 쓰레기장에 버렸다. 시신이 발견되기 어렵게 만들려면 더 먼 곳에 숨기려 했을 텐데 집에서 1~2㎞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리고 왔다. 그만큼 사리 분별이 안 되고 행동이 즉흥적이다. 범행을 한 날도 PC방에 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울어서 때리고 입과 코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학대를 제어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영아가 사망한 사건이어서 죽음의 흔적 등 증거는 없었다. 사건 해결은 진술에 의존하기 때문에 부부가 공모를 하면 밝히기 힘들다. 다행히 아내가 남편에게 아이의 행방을 꾸준히 추궁했기 때문에 입증이 그나마 수월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01-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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