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적·비민주적·음흉한…대법 “모욕죄 아니다”

독단적·비민주적·음흉한…대법 “모욕죄 아니다”

입력 2016-01-03 10:42
수정 2016-01-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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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할 때 쓰는 통상적 표현…문맥, 동기 고려하면 위법성 없어”

총장을 비판하며 ‘독단적’, ‘비민주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기소된 대학교수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표현의 경위와 맥락을 따져보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동료 교수들에게 총장을 모욕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혐의(모욕 등)로 기소된 지방 A대학 교수 박모(5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박씨는 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이던 2014년 3월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이메일을 전체 교수에게 보내면서 ‘총장의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인 대학운영을 저지하고, 총장의 음흉한 계략과 술책에 맞서서 대학을 정상화 시키고’라고 적었다가 기소됐다.

검찰은 이 문장에서 ‘독단적’·‘비민주적’·음흉한‘ 등 세가지 표현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법원은 전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은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표현은 어떤 사람을 비판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며 “박씨가 이런 표현을 쓰게 된 전후 문맥과 경위, 동기를 함께 고려하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음흉한‘은 대법원이 모욕죄 판례에서 제시하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역시 총장의 대학 운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씨는 또다른 이메일에서 ’교수들의 인건비성 수당 36%를 독단적으로 삭감했다‘고 썼다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도 받았으나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여기서도 ’독단적‘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담은 의견표현에 불과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형법 모욕죄는 기준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터넷에 ’글쓴이 일베충 맞음'이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6월 모욕죄를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정치적·학술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키고 열린 논의의 가능성이 줄어들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재판관 3명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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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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