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 걸린 ‘리퍼트 대사 피습’ 그림 논란

서울시립미술관에 걸린 ‘리퍼트 대사 피습’ 그림 논란

입력 2015-09-08 09:59
수정 2015-09-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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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김기종이는 칼질로써 절망감 표현”, 안중근 의사도 거론”…그러나 나는 극단·폭력적 민족주의자라고 넌지시 욕했다” 적어

서울시립미술관이 대안적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올해 처음 시도한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에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 출품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홍성담 ’김기종의 칼질’ 논란
홍성담 ’김기종의 칼질’ 논란 서울시립미술관이 대안적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올해 처음 시도한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에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상황을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김기종의 칼질’이 출품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8일 서울시립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시작한 이 아트페어 출품작 중 홍성담 작가의 ‘김기종의 칼질’이 포함됐다.

작품은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황색 옷을 입은 남성이 양복을 입은 남성의 넥타이를 당기고 한쪽 손으로는 칼을 겨누는 모습을 묘사한다.

테이블 위에는 빽빽하게 적어 자세히 들여다봐야 읽을 수 있는 작가의 글이 길게 나열돼 있다.

자세히 보면 “김기종이는 2015년 3월 모월모시에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주한미국대사 리퍼트에 칼질을 했다”는 말로 시작해 “얼굴과 팔에 칼질을 당한 리퍼트는 붉은 피를 질질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가고 김기종은 ‘한미연합 전쟁훈련을 중단하라’ 고래고래 외치면서 경찰서로 끌려갔다”고 적혀있다.

이어 “독도문제든, 위안부문제든, 남북문제든 요것들의 문제를 한발 더 깊이 들어가보면 우리민족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서 “한국의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는 친일파의 문제도 결국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홍성담 작가는 “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이미 절망한지 오래됐었다”며 “그러나 이 절망감에 대해서 나는 입을 다물었고 김기종은 비록 과도이긴 하지만 칼로써 표현한 것이다”라고 이어갔다.

그는 “조선침략의 괴수인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죽인 안중근 의사도 역시 우리민족에 대한 절망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라며 “대부분 사람들은 조선에게 형님의 나라인 일본의 훌륭한 정치인을 죽인 깡패도적쯤으로 폄하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대사 피습 사건의 범인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고, 자신은 상황을 절망했지만 김기종은 칼로써 표현했다고 썼다는 점에서 리퍼트 대사에 대한 범죄행위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친일파를 비판하던 그는 “이런저런 맥락을 살펴보면 당시 한민족 대부분은 일제식민지 36년 동안 자기네들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이어갔다.

그는 “미국에게 전시작전권을 바치고 서울 한복판에 외국군대의 병영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일제 강점기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고 적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당시 한민족 대다수에겐 한반도가 일제의 식민지가 아니었듯이 지금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가 결단코 아니다”라며 “암튼 김기종이가 간질을 앓았던, 수전증이 있던, 과대망상증이던…나이 56에 병없는 사람이 있을까만… 그는 칼질로써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했다”고 썼다.

작가는 “그러나 나는 그를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민족주의자’라고 넌지시 욕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어두컴컴한 창고 깊숙이 숨겨놓은 여러 종류의 칼을 꺼내고 실물을 닮은 매그넘 357 모의권총도 찾았다. (중략) 제법 묵직한 모의권총을 손에 쥐고 어딘가를 겨누었다.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매그넘의 가늠쇠 위에 올려본다. 나는 이것들을 꼭꼭 싸서 더 안전하고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나서 혼잣말을 했다. ‘이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 정말 이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까? 내가 겁쟁이라서 그렇지 않을까”라고 마무리했다.

홍성담 작가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홍성담 작가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사건을 옹호한 게 아니라 그 사건 자체가 왜 일어나게 됐는지, 우리 삶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돌아보고 의논하고 토론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제작했다”고 답했다.

작가는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논의해서 넘어가면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 (현장에) 그렇게 가서 칼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아트페어의 홍경한 총감독은 ‘공허한 제국’이라는 전시 제목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고찰해보자는 취지가 들어 있고 출품작에는 세월호, 송파 세모녀 사건 등 다양한 사회현상을 담은 작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홍 총감독은 “그 중 하나가 홍성담 작가의 작품으로, 2개 출품작 중 하나는 핵 문제를 다뤘다”면서 ‘김기종의 칼질’과 관련해선 “작품에 쓰인 글들을 꼼꼼히 봤는데, 한쪽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그 해석이 묘하기도 했고 판단은 관람객에게 맡기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 총감독은 “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니 자유롭게 그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까지 이 작품과 관련해서 항의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전시와 관련한 모든 권한은 총감독의 고유권한으로, 우리가 개입하면 검열 아닌 검열이 될 가능성이 있어 총감독에게 일임했다”며 “총감독은 자문위원의 논의 등 절차를 거쳐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김 관장은 “시장이 작가 진흥 정책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 아트페어는 작가의 지속적 지원과 판로 개척을 위해 시립미술관이 자체 준비한 것”이라며 “기존 상업화랑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작가도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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