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파출소 류재훈 경위…”당연히 해야 할 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 당시 빠르게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던 것은 한 베테랑 경찰관의 발 빠른 조처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피습 美대사 1분만에 병원 옮긴 베테랑 경찰관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이 있었던 지난 5일 리퍼트 대사를 빠르게 병원으로 옮긴 서울 종로경찰서 세종로파출소의 류재훈(왼쪽) 경위와 김경호 경위.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러던 중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 변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이 황급히 뛰어오며 손짓을 하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겨서 경찰을 부르는구나’라는 생각에 김 경위를 시켜 차를 세웠다.
손짓을 한 남성은 차에서 내린 류 경위에게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했다. 병원에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고, 마침 그 순간 같은 내용의 112 지령이 접수됐다.
류 경위는 7∼8명에게 둘러싸여 부축받고 나오던 리퍼트 대사와 수행원 2명을 순찰차 뒷문을 열고 태웠다. 당시 리퍼트 대사는 피를 많이 흘려 한눈에 보기에도 위급한 상태였다.
류 경위와 김 경위는 곧바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인 강북삼성병원으로 이동했다.
출근 시간이어서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사이렌을 울리고 마이크로 ‘비켜달라’고 방송하며 시민 협조를 구한 덕에 1분 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류 경위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행원들을 도와 리퍼트 대사를 부축해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수행원에게 “가해자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현장에서 검거된 것으로 안다는 수행원의 말을 들은 류 경위는 테러 장소에는 다시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응급실 밖을 지키면서 종로서 상황실에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그는 지원 인력이 올 때까지 몰려든 취재진을 비롯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류 경위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리퍼트 대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상처 부위만 잡고 있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 같긴 했지만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굉장히 의연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류 경위는 “27년 경력의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흐뭇하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