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일작가 가옥에 밀려 미래유산 안 된 반민특위 터

[단독] 친일작가 가옥에 밀려 미래유산 안 된 반민특위 터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15-03-09 00:12
수정 2015-03-0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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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의식 의심스러운 서울시 ‘미래유산’·교육부 ‘이달의 스승’ 선정

친일 논란 인물의 가옥이 ‘서울 미래유산’에 포함되는가 하면, 참스승상을 정립하겠다며 시작한 ‘이달의 스승’ 첫 대상자로 친일 인사가 뽑혀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는 “서울시와 교육부의 몰역사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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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 공개된 서울시미래유산 홈페이지에는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의 발원지인 대학로 학림다방과 엘리트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 대오서점 등과 함께 친일 논란이 제기된 시인 노천명·서정주, 교육자 겸 정치인 김성수의 가옥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종로구 필운대로의 노천명 가옥은 그가 1949~1957년 거주했던 곳으로 “현재 서촌에 몇개 남지 않은 한옥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뽑혔다. 1969년 지어진 관악구 남부순환로의 서정주 가옥은 현재 ‘서정주 기념관’으로 쓰이고 있다. 두 시인은 태평양전쟁과 강제 징병 찬양시를 써,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됐다.

종로구 계동길의 김성수 가옥은 1918~1955년 김성수가 거주했던 곳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배후지원 및 민족교육, 민족문화의 보급을 위해 노력했던 장소로 보존가치가 있다”는 명목으로 뽑혔다. 하지만 김성수는 조선총독부의 태평양전쟁 동원을 위한 징병 및 학병 지원을 찬양·독려한 점 등이 인정돼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다. 후손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1942~1944년 김성수가 전국 일간지에 태평양전쟁 동원을 위한 징병 및 학병을 찬양하며 선전·선동을 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기고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친일진상규명위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서울시는 2012년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서 근·현대 유산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서울미래유산 보존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293건에 이어 지난해 55건 등 모두 350여건의 미래유산을 선정했다. 하지만 친일 논란을 빚은 인물들의 유산은 뽑힌 반면, 1980~1990년대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유산들은 예비후보에 포함됐다가 최종 선정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기념비, 기념관과 1991년 시위도중 백골단에 맞아 강경대 열사가 숨진 명지대 정문 담장 등이 대표적이다. 1948년 친일파 청산을 위해 제헌국회에서 설치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본부 표석은 시민단체 추천에도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미래유산 선정에 참여한 서울연구원 민현석 박사는 “친일 행적에 대해 고민하다가 (친일 유산을 빼버리면) 남길 게 없더라”면서 “친일을 했다고 해도 그들의 문학사·정치사적 의미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달의 스승’은 첫 선정자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지난달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매일 아침 학생들에게 우리말로 훈화한 청렴한 교육자”라며 서울대 총장을 지낸 최규동 조선교육연합회(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전신) 초대 회장을 선정했다.

하지만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일제시대 관변잡지 ‘문교의 조선’ 1942년 6월호에 드러난 그의 친일 행적을 공개했다. 당시 중동학교 교장이자 수학교사였던 최규동은 ‘죽음으로써 임금(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기다리고 바라던 조선동포에 대한 병역법 시행이 확정돼 반도 2400만 민중도 마침내 병역에 복무하는 영예를 짊어지게 되었다”며 “조선동포가 내선일체의 이념에 눈을 뜨고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정성을 피력해 온 결과이자, 폐하(천황)의 중요한 신하라는 자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가 친일 인명사전에도 나오지 않았고, 논설이 일본어로 돼 찾기가 어려웠다”며 “역사 전문기관 등에 재검토를 요청하고 계기 수업 등은 중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친일 인명사전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친일 행적이 없다고 덮어버린 것은 역사인식이 그만큼 무개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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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03-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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