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근원지” 축산 대기업 ‘도덕적 해이’ 도마 위

”구제역 근원지” 축산 대기업 ‘도덕적 해이’ 도마 위

입력 2014-12-23 11:28
수정 2014-12-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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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돼지 항체 형성률 38% 불과…충북 평균치 89%의 절반 수준

충북 진천의 축산농가들이 구제역이라는 1종 가축 전염병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 3일 진천읍 장관리의 한 양돈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지난 22일까지 충북에서만 13곳의 농장에서 돼지 살처분이 이뤄졌다. 살처분 마릿수는 1만6천700여 마리에 달한다.

구제역이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축산농가들을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이번 구제역의 진원지가 축산 대기업 계열농장이기 때문이다.

진천에서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이 농장은 어미돼지 2천400여 마리와 새끼돼지 1만3천300여 마리 등 1만5천여 마리를 키우는 규모가 꽤 큰 농장이다.

모돈을 키우면서 새끼 돼지를 진천과 경기도 이천·용인 등 20여 개 농장에 위탁 사육하고 있다.

지난 3일 이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했을 때만해도 방역 관계자들은 “설마”하며 믿지 않았다고 한다.

이 농장이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인증까지 받은 ‘안전 농장’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기업 계열농장이라는 점 때문에 이 농장에 대한 믿음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에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졌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면역력이 떨어진 일부 돼지의 문제일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돼지 30여 마리에서 수포와 기립 불능 증상이 있다며 구제역 의심 신고로 시작된 이 농장의 돼지 살처분은 지난 18일까지 무려 보름간 계속됐다. 살처분 된 돼지만 이 농장 사육 돼지의 3분의 2가 넘는 1만115마리에 달했다.

충북에서 살처분 된 1만6천700여 마리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을 착실히 했다는 이 농장의 주장만 액면 그대로 믿었던 방역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살처분 돼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이 농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이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지난 4일 이 농장에 인접한 같은 계열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곳에서도 지난 19일까지 1천98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두 농장의 일부 모돈은 구제역 예방 백신 항체 형성률이 4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의 모돈 평균 항체 형성률은 89%지만 첫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은 38%에 불과했고, 두 번째 계열농장에서는 최저 16%까지 떨어졌다.

방역 당국이 대기업 계열사인 두 농장이 예방 백신 접종에 소홀한 것으로 의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축산물 유통업체의 계열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 사태는 여기에서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들 두 농장의 새끼돼지를 맡아 키우는 위탁 양돈농가로 구제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들 농장에서 위탁받아 돼지 754마리를 키우는 진천읍 사곡리의 한 농가에서 지난 9일 구제역이 발생했고, 지난 18일에는 진천읍 신월리의 또다른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됐다.

예방 접종에 소홀했다는 비판과 함께 축산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이 구제역의 근원지로 지목되면서 축산농가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커지더니 급기야 퇴출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19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계열화 농장의 방역·살처분 비용을 대기업 계열사에 물려야 한다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지 않아 1종 전염병을 퍼트렸다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유영훈 진천군수가 상습 구제역 유발 축산업자의 퇴출을 위한 ‘삼진 아웃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충북도 방역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역학조사를 하고 있어 섣불리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구제역 확산이 대기업의 책임으로 드러난다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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