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태평양전쟁 조선인 유골 발굴 사실상 거절

일본, 태평양전쟁 조선인 유골 발굴 사실상 거절

입력 2014-10-26 12:00
수정 2014-10-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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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성서 공식 답변…”문제 해결 의지 없다는 것” 비판

일본 정부가 태평양전쟁 사망자 유해 발굴 사업에서 조선인 전사자 유족의 참여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태평양전쟁 당시 징병·징용돼 목숨을 잃은 조선인 유골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일본 정부가 사실상 조선인 유골을 발굴할 의지가 없다는 뜻을 처음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8월 “(일본 정부의) 발굴 과정에서 한반도 출신임이 확인되면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며 “외국인은 해당 정부가 실시하는 (유골 발굴·귀환) 사업에 참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앞서 보추협과 일본 시민단체인 ‘NPO 법인 전몰자 추도와 평화의회’, ‘재한군인군속재판지원회’는 지난 6월 일본 민주당의 ‘미래를 향해 전후 보상을 생각하는 의원 연맹’을 통해 유해 발굴 사업에 한국 유족을 참여시키고 모든 유해에 DNA 검사를 할 것을 골자로 하는 요청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DNA 감정에 대해서도 “자료를 통해 유족으로 추정할 수 있고, 그 유족이 DNA 감정을 희망한다면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보추협은 그러나 DNA 감정은 신원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인데, 그 조건으로 유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감정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서 징병·징용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해도 별다른 신원확인 절차 없이 화장 후 다른 일본군 전사자와 함께 전몰자 묘역에 안치했기 때문이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전몰자 묘역에 일본인 외에도 조선인과 대만인도 잠들어 있다는 안내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후 한국인 보상 문제를 다루는 일본 단체인 ‘재한군인군속재판지원회’의 후루카와 마사키(古川雅基)씨는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사람’이라며 강제로 데려가 놓고 이제는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후루카와씨는 지난 25일 한일시민선언실천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4 한일 과거청산 시민운동 보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전사자 240만명 중 2만2천여명이 조선인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해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라도 사전에 유족으로부터 DNA를 채취해 감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후루카와 씨는 “일본 정부는 유품 등 자료를 통해 조선인이라는 것이 확인돼야 DNA 감정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쟁에서 신원을 밝힐 유품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한국 정부도 관심을 두고 일본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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