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지키자 <4>교통법규] 교통사고율 OECD 꼴찌…사회적 비용 年23조원 GDP 1.9%

[기본을 지키자 <4>교통법규] 교통사고율 OECD 꼴찌…사회적 비용 年23조원 GDP 1.9%

입력 2014-05-26 00:00
수정 2014-05-2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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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차보다 우선이다

‘연간 23조 5900억원.’ 도로교통공단이 2012년 한 해 교통사고로 지출된 총사회적 비용을 추산해 올해 초 발표한 금액이다. 사망, 부상 등의 인적 피해 13조 6776억원, 차량 수리 등 물적 피해 8조 6858억원, 경찰 조사 등 기관 소요비 1조 2265억원을 합친 돈이다. 그해 서울시 예산 19조 8920억원보다도 많다. 또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1.9%, 국가 전체 예산의 10.6%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사업실장은 “교통사고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면서 “1950년대부터 이어진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뿌리 내린 이유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법, 제도적 허점과 정책이 이를 더 부추긴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너무 관대하다는 것이다.

중앙선 침범 사고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명시된 11대 중과실 사고를 빼면 대다수가 공소권이 없고 자체 처리로 끝난다. 보험이 교통사고의 면죄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실장은 “1980년대부터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차를 많이 보유한 공무원이나 공직사회에서 자기보호 차원에서 보험이라는 것을 도입했다고 한다”면서 “보험에서 다 처리하니 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 도리를 저버리는 가해자가 많다”며 혀를 찼다. 그는 교통사고특례법은 우리나라에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교통 위반 과태료나 범칙금이 20년 전과 비슷하다. 영국 등 선진국은 과태료, 범칙금 모두 엄청 세게 부과한다”면서 “대통령이 취임한 뒤 교통 위반 벌점 등을 사면해 주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찰청 통계는 2007년 21만 1662건이던 교통사고가 대통령 특별사면이 있었던 이듬해 21만 5822건으로 늘었고 재차 사면이 단행된 2009년에는 23만 1990건으로 크게 늘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이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농어촌은 학교, 마을 주변 도로에 인도가 없는 곳이 부지기수”라며 “유모차도 마을을 활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유모차가 도심을 마구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교통 시스템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차량 운전자, 교통사고 가해자의 천국”이라고 개탄했다. 인도는 짜장면과 퀵서비스 등의 배달원 오토바이에 점령당했다. 김민경 충남경찰청 경위는 “농어촌은 도로 사정이 나빠 차량 단독 사고가 많은데 도시에서는 보행자 사고가 많다”고 전했다.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시스템은 아직 많이 부실하다.

정책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세월호 참사처럼 컨트롤 타워가 없다. 장 박사는 “일본은 교통의 최고 책임자가 수상인데 우리는 일본에서 법을 가져오면서 이 부분을 뺐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책임자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총리 이상이 컨트롤 타워를 맡고, (대형 사고 때) 누가 옷을 벗는다고 명확히 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이 말을 안 듣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치단체도 교통 전담 부서와 공무원을 둬야 한다”며 경찰과 교육 공무원까지 합쳐 ‘교통안전과’를 만들어 전담시킨 일본 요코하마시를 예로 들었다.

일본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합숙도 서슴지 않지만 우리는 취득이 쉽고 비용도 적다. 교통안전 교육도 거의 없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40개 주가 초등학교 때부터 의무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고교 때는 이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65%가 보행, 29%가 승하차 때 발생했다”면서 “어릴 적부터 교통안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교사들부터 안전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구조와 사회적 분위기가 난폭 운전 등을 부추긴다. 무단 횡단, 갓길 걷기, 전방 주시 태만, 신호 무시, 음주운전, 과속, 안전모 미착용, 경운기 반사지 미부착 등 도로 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전문가들은 학교의 교통안전 교육 의무화와 함께 과태료 증액 등을 제안한다. 일부는 자본주의 약점을 적극 활용해 재산에 따른 범칙금 등 연동제를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21만 535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해마다 5000여명이 숨지고 30만명을 훨씬 웃도는 이들이 부상을 입는다. 장 박사는 “10년에 소도시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라면서 “교통시설은 선진국 못지않은데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보험이 형사 처벌까지 해결하는 단계에 와 있는 등 법과 제도가 거꾸로 가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도 교통질서를 파괴해 교통사고 공화국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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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4-05-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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