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조사냐 감찰이냐’ 청와대 손들어준 검찰

’뒷조사냐 감찰이냐’ 청와대 손들어준 검찰

입력 2014-05-07 00:00
업데이트 2014-05-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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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감찰활동’ 靑 논리대로 불기소

검찰이 채동욱(56) 전 검찰총장을 뒷조사한 의혹을 받아온 청와대 비서실에 대해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정당한 감찰 활동이었다는 청와대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2)군의 개인정보에 불법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은 청와대 비서실은 모두 4곳이다. 검찰은 조오영(55) 전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서만 불법적으로 뒷조사를 했다고 인정했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소속 김모 경정은 지난해 6월25일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에서 경찰 내부 전산망을 통해 채군 모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 등을 조회했다.

교육문화수석실은 그 전날인 6월24일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고용복지수석실은 6월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모 과장에게 부탁해 채군 모자의 신상정보를 캐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개인정보 조회가 비슷한 시기 집중된 데다 직접 개인정보를 알아본 인물들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여부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혼외아들 논란은 이보다 석 달 뒤인 지난해 9월6일 조선일보 보도로 불거졌다.

검찰은 청와대 측과 김 경정의 조사 시기를 조율하는 와중에 김 경정이 자진해서 진술서를 보내오자 두 차례 서면조사를 하는 데 그쳤다. 진술서는 ‘채군의 어머니가 채 전 총장의 이름을 팔아 사건에 개입했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같은 내용이었다.

고용복지·교육문화수석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을 모처에서 만나 조사했으나 ‘정당한 감찰활동의 일환’이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6월 하순 채군 어머니 임모(55)씨의 비위 첩보를 입수하고 확인작업을 했으나 ‘진행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접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혼외아들 의혹 보도가 나오자 다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 관련 첩보를 검찰에 넘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다른 수석실의 협조를 얻어 고위 공직자를 감찰한 사례가 있다”는 민정수석실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조율과정에서 서면조사가 시작됐고 이후 추가 소환조사 없이도 실체 규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검찰은 조 전 행정관의 개인정보 조회는 민정수석실 중심의 감찰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뒷조사가 크게 두 경로로 이뤄졌고 조 전 행정관은 민정수석실의 지시나 업무협조 없이 독단적으로 채 전 총장의 뒤를 캤다는 것이다.

조 전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행정안전부 김모 국장 등을 ‘윗선’으로 댔으나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조 전 행정관에 대한 수사는 진전되지 못했고 그가 뒷조사를 한 동기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수사결과는 ‘찍어내기’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두 차례 해명과 일치한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5일 조 전 행정관이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부탁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선을 그으며 그를 직위해제했다.

청와대의 두 번째 해명은 고용복지수석실 등이 전방위적으로 뒷조사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난 3월 나왔다. 청와대는 경찰과 여러 비서관실을 통해 채군 어머니 임씨 등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첩보 확인 차원’이라고 밝혀 진행 중인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뒷조사’에 대한 수사 결과가 윗선을 밝히지 못한 채 오히려 청와대 비서실에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런 비판은 현실이 됐다.

검찰은 민정수석실로부터 이첩받은 임씨의 비리 첩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채 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강력한 정황을 확인해 결과적으로 당시 감찰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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