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고가 헐리자 방석집들이…

아현고가 헐리자 방석집들이…

입력 2014-03-27 00:00
수정 2014-03-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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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과 논다니들의 애환과 추억도 함께 사라질 판

서울 도심의 한 켠에 자리 잡아 수많은 술꾼과 논다니들에게 애환과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는 아현동 ‘방석집’들이 인근 고가도로와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그동안 아현 고가도로 덕분에 교묘하게 은폐되어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고가가 헐리면서 8차선 대로변에 고스란히 업소가 드러나 이제는 내놓고 선뜻 찾아들기가 거북해진 탓이다.

아현고가도 철거 후 모습
아현고가도 철거 후 모습 26일 서울 아현고가도로의 마지막 교각이 철거돼 시원하게 뚫린 사거리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1968년 지어져 유지관리에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고가도로를 철거한 뒤 오는 8월 초 신촌로~충정로 구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개통한다. 작은 사진은 철거 전 모습.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곳에서 10년이 넘게 주점을 운영해 온 K(54)씨는 “이런 술집이야 은밀한 맛에 찾는데, 고가가 헐려 드나드는 사람이 훤히 다 보이는 곳을 누가 찾겠느냐”며 입맛을 다셨다. 다른 업주도 “고가 헌다고 할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헐리고 나니 생각보다 장사가 안돼 고민”이라고 거들었다.

이곳 업소들은 흔히 ‘방석집’으로 불렸다. 방석이 놓인 방으로 손님을 불러들여 접대부들이 술을 판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름에 걸맞게 밤만 되면 요란하게 치장한 여성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지나가는 남성들을 붙잡았다. 이 일대를 관할하는 마포구청 관계자는 “그런 유의 술집들이 어디 술만 팔았겠느냐”면서 “예전에는 성매매도 은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이 유명세를 탄 데는 인근한 서울역도 한 몫을 했다. 예전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상경한 지방 사람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거닐다가 이곳에서 접대부들에게 홀려 몇 푼 안되는 주머니 몽땅 털리는 일이 잦았다. 그 덕분에 이곳 방석집들은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지방에서 제법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렇게 30여년동안 명맥을 유지했지만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업소를 막아서 준 아현고가가 헐린 데다 오는 9월에는 뉴타운 사업으로 무려 2만여 가구가 이곳에 몰리게 되는 것도 이들의 입지를 궁색하게 하는 요인이다. 입주가 마무리되면 주민들이 당연히 방석집 정리하라고 들고 나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업주는 “이런 술집들이야 주변 분위기가 중요한데, 고가가 헐린 데다 대단위 아파트 때문에 이전하거나 아예 업종을 바꿔 생계를 도모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럿”이라고 전했다. 그는 “도리가 없다. 세상이 바뀌는데 그걸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악악대고 싸울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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