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의 뿌리는 교육] 학교에선 놀림 받고 놀이터선 ‘왕따’… 학원 가는 건 꿈도 못 꿔

[‘다문화 사회’의 뿌리는 교육] 학교에선 놀림 받고 놀이터선 ‘왕따’… 학원 가는 건 꿈도 못 꿔

입력 2013-05-14 00:00
수정 201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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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야, 다문화”… 초등생 꽌 떰의 하루

단일민족임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다문화 문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문화적 갈등에다 언어 소통 부족 등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자녀 문제는 정부가 챙겨야 할 중요 현안이다. 감수성 예민한 어린 시절에 정체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하루 일과를 통해 다문화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려 본다. 서울시교육청과 다문화 청소년들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비영리 재단법인 무지개청소년센터의 도움을 받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에서 겪는 일들을 꽌 떰의 하루 일과로 재구성했다. 꽌 떰은 베트남어로 ‘관심’이라는 뜻이다.

 

 ‘씬짜오’(베트남어로 안녕이라는 뜻).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인 꽌 떰이라고 해. 나는 3살에 엄마를 따라 한국에 왔어. 베트남에 아빠도 있었지만 내가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기억이 없어. 대신에 지금은 한국인 새아빠가 계셔. 엄마는 나한테 이런 얘기를 안 하지만 나는 나랑 피부색도 다르고 엄마도 다른 동생한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난 신경 안 써. 처음에는 충격이었지만 이제는 한두 번 듣는 얘기도 아닌데 뭐. 엄마는 나한테 버릇처럼 말씀하셔.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런데 나는 모르겠어. 학교를 다니고는 있지만 이렇게 해서 내가 진짜 위인들처럼 될 수 있을까. 내 하루 일과를 볼래?

 AM 8:00 눈을 떠 보면 8시야. 엄마, 아빠는 두 분 다 벌써 공장으로 가셨지. 혼자 밥 먹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 3학년 때까지는 나도 동생처럼 ‘아침 돌봄 교실’이란 데를 갔어. 나처럼 부모님이 이른 시간에 일을 나가셔서 일찍 학교에 온 아이들이 선생님이랑 간식도 먹고 책도 읽고 하는 곳이야. 거기서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있는 거지. 그런데 이제는 거기에 못 가. 난 벌써 6학년이니까. 거긴 저학년들만 가는 곳이거든.

 AM 9:00 학교에 가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밥은 어떻게 먹을까 걱정하지 않아서 좋아. 귀찮은 게 있다면 반 친구 녀석들이야. 1학년 때부터 봐서 익숙할 것도 같은데 얘들은 아직 날 놀려. 조금 어두운 피부색, 다른 생김새, 어눌한 말투로 놀리는 것도 아니야. 애들은 그냥 날 “야 다문화”, 이런 식으로 놀려. 무슨 뜻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말이야. 나도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상관 안 해. 아는 다문화 형들 중에는 이런 게 싫어서 다문화 형·누나들만 모이는 기술학교로 전학을 간 형들도 있어. 난 그러지는 않을 거야.

 PM 3:00 학교가 끝나고 나면 사실 나도 좀 우울해져. 다른 아이들은 이때가 가장 좋대. 방과후 특기 적성 교육이라고 해서 바이올린도 배우고, 승마도 배우고 그러거든. 우리 부모님 형편을 보건대 그런 건 어림도 없지. 어릴 때는 나도 가끔 엄마랑 구청 다문화센터 같은 데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갔었어. 그런데 엄마가 일을 나가시면서 거기도 못 가게 됐지. 어린 초등학생 혼자서는 갈 수 없거든. 대신 나는 ‘오후 돌봄 교실’로 가. 오후에는 방과후 교육을 받는다고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6학년이지만 돌봄 교실에 갈 수가 있거든. 여기서 학교 숙제도 하고 선생님이랑 책도 읽고 그러지. 안 지겹냐고? 어쩔 수 없잖아.

 PM 5:00 이때는 나도 힘이 완전히 빠져. 아무도 날 돌봐줄 사람이 없거든. 저학년 때는 밤 9시까지 ‘저녁 돌봄 교실’이란 데를 갔어. 거기서 저녁도 먹고 책도 읽고 그랬지. 그런데 이제 나도 6학년이니까 거기 가기는 힘들어. 다른 친구들은 학원 가기에 바쁠 때잖아. 사실 나도 컴퓨터도 배우고 싶고 한국인답게 태권도도 하고 싶어. 그렇지만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잖아. 그냥 난 집으로 가.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도 없고 어차피 피부색이 다른 나랑 잘 놀아주지도 않거든. 엄마가 중국에서 온 애들은 그걸 꼭꼭 숨기고 같이 놀기도 한다더라고. 어차피 다 들통 날 텐데 말이야. 다른 다문화 형들은 딴 친구들 학원 다닐 때 끼리끼리 어울려서 괜히 근처를 어슬렁거리기도 해. 나는 그러기는 싫어. 엄마도 그랬어. 그러다가는 한국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 된다고. 그럴 바에는 집에 가는 게 나아. 이제 책이나 봐야지, 엄마가 오실 때까지 말이야.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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