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했던 내 꿈 ‘청진기’로 미리봐요”

“막연했던 내 꿈 ‘청진기’로 미리봐요”

입력 2013-05-03 00:00
수정 2013-05-0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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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연희중 1학년들의 체험현장 가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이 공원 바닥에 앉아 있는 노숙자를 연기한다. 능청스러운 말투에 표정까지 전문 연기자 못지않다. 사랑에 빠진 여대생부터 지나가는 행인까지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했던 학생들은 연기를 마친 뒤 머쓱한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깔깔 웃었다. 수업이 끝나자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천진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로 돌아갔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연기학원에서 미래의 배우를 꿈꾸는 연희중 1학년 학생이 연극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연기학원에서 미래의 배우를 꿈꾸는 연희중 1학년 학생이 연극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연기학원에서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중1 학생 9명이 생애 최초의 작은 무대에 서는 꿈을 이뤘다. 탤런트, 모델, 가수 등 저마다 꾸는 꿈은 달랐지만 학생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 배우를 꿈꾸는 박정현(13)군은 “광개토대왕 같은 사극을 보면서 과거의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껴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면서 “아직 남들 앞에서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연기를 처음 배우게 돼 긴장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가 운영하는 진로체험 프로그램 ‘청진기’(청소년 진로직업 체험의 기적)에 참여한 서울 연희중학교 학생들은 이날 하루 교실을 벗어나 66곳의 일터에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다. 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정한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연구학교 11곳의 하나다.

연기학원을 찾은 9명의 학생 외에도 연희중 1학년 307명은 카페, 건축연구소, 동물병원, 박물관 등에서 자신이 꿈꾸는 직업을 가진 멘토를 만났다. 학생들이 두 가지씩 적어 낸 장래 희망과 진로발달검사 결과를 고려해 선정된 일터 가운데는 대기업, 공공기관, 은행 등 기성 세대가 선호하는 직업 외에도 네일아트, 바리스타, 큐레이터 등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가 반영됐다.

청진기는 단순히 몇 시간 동안 직업을 체험해 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은 지난 1일 사전 교육을 통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고 멘토에게 물어보고 싶은 내용을 고민했다. 직업체험을 마친 3일에는 직업체험을 통해 느낀 점, 해당 직업에 대해 가졌던 생각의 변화 등을 정리해 자신만의 직업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다.

이날 진로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그동안 막연히 꿈꿔 왔던 미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배우가 꿈인 박현영(13)양은 사랑에 빠진 새침한 여대생 연기를 선보인 뒤 “텔레비전에서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 많이 쑥스러웠다”면서 “앞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더 연습해야겠다”고 말했다. “아직 하고 싶은 게 없다”던 서숙희(13)양은 이날 연기수업을 받은 뒤 “진로검사에서 미술가나 연기자가 적합하다고 나왔을 땐 이해가 안 됐는데 막상 해보니 재밌다”면서 밝게 웃었다.

학생들의 멘토를 자처한 성우 홍시호(54)씨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면서 “내가 겪었던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미래를 꿈꾸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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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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