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교는 ‘무법지대’… 40년간 감사 한번도 안 받았다

외국인 학교는 ‘무법지대’… 40년간 감사 한번도 안 받았다

입력 2013-04-12 00:00
수정 2013-04-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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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학교장 모두 외국인 학교 회계 등 규정 자유로워

외국인 학교가 국내 학생들의 영어 교육과 해외 유학을 위한 사설 학원으로 악용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사실상 방치해 온 교육 당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처벌 규정의 모호함 등을 들어 수수방관하는 사이 일부 외국인 학교는 거액의 입학금 등을 받고 불법적인 편입생 모집에 나서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와 장기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한국 학생들의 적응을 돕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

서울 지역 외국인 학교는 1972년 서울일본인학교가 설립된 뒤 22개로 늘어났지만 이번 실태조사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 외국인 학교 9개가 있는 경기도교육청 역시 1963년 이후 민원으로 인한 감사를 진행한 지난해까지 외국인 학교를 방치했다.

교육 당국은 그동안 외국인 학교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나 관리, 감독이 없었던 이유로 ‘감사의 실익’을 꼽아 왔다. 외국인 학교가 회계 등의 규정이 자유롭기 때문에 감사를 해도 적발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외국인 학교는 현재 초·중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나 설립자와 학교장이 모두 외국인이고 외국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학교 회계, 학교장 및 교직원 임면, 교육과정, 장학지도 등에서 자율성이 보장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학교는 국내 교육 당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 운영상 문제가 발생해도 재정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술한 관리, 감독 아래서 외국인 학교의 불법·편법 운영은 반복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정명령이 제때 이행되지 않으면 정원 감축 등의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적용은 달랐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프랑스계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2009년 시교육청 조사에서 재학생 214명 가운데 144명(67%)이 부정 입학으로 제적 통보를 받았으나 지난해 9월까지 적발된 학생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74명이 그대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이 학교는 시교육청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학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국제화 추세에 역행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천 연수구·서구·계양구, 대구 지역 2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전남 여수 등을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고 해외 유명 대학 분교나 외국인 학교 등을 설립해 초·중등교육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운영할 수 있게 했다. 한 외국인 학교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교육국제화특구 지정 등 국제화 교육 육성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국제화 강화 추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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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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