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꿈’ 사실상 좌초… 분노의 서부이촌동 가보니

‘용산개발 꿈’ 사실상 좌초… 분노의 서부이촌동 가보니

입력 2013-04-10 00:00
수정 201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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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이웃, 찢겨진 상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무산이 사실상 확정된 다음 날인 9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골목엔 ‘단계 개발 2020년 보상 웬말이냐’, ‘통합개발 포기하고 주민고통 배상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갑자기 몰아친 강풍에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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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6년 만에 무산된 가운데 9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한 아파트 앞에 개발사업의 1대 주주인 코레일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형준 기자 boltgoo@seoul.co.kr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6년 만에 무산된 가운데 9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한 아파트 앞에 개발사업의 1대 주주인 코레일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형준 기자 boltgoo@seoul.co.kr
개발사업 좌초 소식에 반발이 가장 큰 사람들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을 묶는 통합개발에 찬성해 온 주민들이었다. 개발 찬성 주민 모임인 ‘11개 구역 동의자대책협의회’ 측은 코레일과 시행사 드림허브,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재철 협의회 총무는 “2300여 가구 중 약 1250가구가 2011년 당시 평균 3억 5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았는데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자를 내기 위해 또 대출을 받고 있다”면서 “2007년 이후 원리금 상환을 못해 110여채가 경매로 넘어갔고 지금도 15건에 대해 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한우리 관계자는 “가구당 보통 8000만원에서 1억원, 많게는 3억원까지 손해를 본 사람도 있어 소송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개발을 반대해 온 주민들은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이촌동 시범아파트 자치위원회 관계자는 “개발사업 청산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곧 내걸 예정”이라면서 “서둘러 도시개발구역을 해제해 그동안 묶여 있던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주민들을 강제수용하려 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했다.

6년간의 재개발 논란 속에 동네는 이미 황폐해진 상태였다. 골목 상점 중 태반이 빛바랜 간판만 남은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B공인중개사무소 임현택(48) 대표는 “사업구역에 편입된 2007년 8월 말 이후 부동산 거래가 끊겨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면서 “인근 부동산 23곳 중 20곳이 문을 닫았고 철도정비창과 우편집중국이 옮겨 가면서 식당도 대부분 망했다”고 전했다.

이사를 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인테리어 가게부터 열쇠집, 가구점 등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35년간 붙박이가구점을 해온 조모(59·여)씨는 “보상이 나온다고 해서 장사도 못 접고 집 담보로 1억 8000만원이나 대출을 받아 근근이 버텼는데 이렇게 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을 놓고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찢어진 이웃이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열쇠가게를 운영해 온 전병융(55)씨는 “이곳 주민들 대부분 20~30년간 살아온 토박이라 서로 형님 아우, 언니 동생하던 사이였다”면서 “개발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서로 인사는커녕 삿대질과 폭행으로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동네 분위기가 살벌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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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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