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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자살 공무원 “인간이기에 존중받고 싶다”

울산 자살 공무원 “인간이기에 존중받고 싶다”

입력 2013-03-21 00:00
업데이트 2013-03-2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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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은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

울산시 중구의 사회복지직 공무원 A(35·9급)씨가 유서 첫머리에 남긴 내용이다.

A씨는 유서에서 “공공조직의 제일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은 사투보다 치열하다”며 “내 모양이 이렇게 서럽고 불쌍하기는 처음이다”고 호소했다.

A씨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된 자리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열심히 버티라고 (사람들이) 말해주겠지만 이 자리에 앉아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고 남겼다.

그는 “부모, 부인, 내가 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깔끔하게 사라져 준다면 적어도 내가 진짜 절박했노라고 믿어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두 명의 죽음을 자신들이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써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고 유서를 끝맺었다.

두 명의 죽음이란 지난 1월 31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한 병원에서 투신한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29)과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남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32·여)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임용돼 울산시 중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A씨는 과다 업무를 호소하며 지난 19일 울산시 동구 대왕암 울기등대 인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공부해 사회복지 공무원에 합격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밤늦게까지 일했고 주말에도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울산 북구에서 아내, 어린 자녀와 함께 살았지만 지난 2주간은 업무 때문에 울산 중구 본가에서 출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동보육, 노인, 장애인, 한부모 지원 업무, 올해부터 교육청에서 동 주민센터로 이관된 초·중·고 교육비 지원 업무까지 맡아서 처리해야 할 상황이었다.

중구는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공상 처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21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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