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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역사연구단체 사상 첫 ‘일본인 연구실장’ 부임

국내 역사연구단체 사상 첫 ‘일본인 연구실장’ 부임

입력 2013-03-19 00:00
업데이트 2013-03-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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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硏 후지이氏 “역사학자로만 바라볼 뿐”

“역사문제연구소는 말하자면 ‘87년 체제’(1987년 6월 민주화운동)와 함께 한 곳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87년 체제가 끝났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 역사를 되돌아볼 때 저처럼 그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대표적 재야 역사 연구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의 연구실장 자리를 일본인 역사학자가 맡았다.

19일 역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선임연구원인 후지이 다케시(42)씨가 이달부터 연구실장으로 부임해 일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역사연구단체에서 일본인이 연구 총괄 책임자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 열풍이 거세던 1986년 친일잔재 청산 등 역사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사단법인인 역사문제연구소는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와 함께 재야 역사연구 4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1950년대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후지이 실장은 일본 교토대·오사카대를 거쳐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현대사 연구의 대가로 꼽히던 서중석 성대 교수의 제자인 그는 이승만 정부 초대 총리인 이범석 장군의 조선민족청년단을 다룬 ‘파시즘과 제3주의 사이에서’란 저서를 작년 말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학생운동을 하면서 재일조선인과의 국제연대를 꿈꿨고 자연스레 한국사를 전공하게 됐다”며 “한국 현대사는 경제성장만 추구한 단순한 것이 아니라 정치체제나 사회구조까지 포함해 다양한 모색들로 이뤄졌는데 그 부분이 무시돼 연구에 나섰다”고 말했다.

후지이 실장은 역사인식이 점점 무뎌지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 대해 “한국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은 다분히 민족주의적인 정서와 결합돼 있었다”며 “이런 정서가 옅어지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주는 건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학이란 게 답을 제시하지 않고 문제만 제기한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현상 이면의 숨어 있는 것까지 드러내면서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고민거리를 던지는 것이 역사학자의 태생적 임무”라고 강조했다.

’일본인이 한국사를 연구한다고 미심쩍게 보는 눈초리가 있지 않느냐’고 하자 “역사학자로만 볼 뿐 일본인이라고 다르게 보지 않는다”며 “부모님 신혼여행지가 한국이어서 한국은 말하자면 제 원산지”라고 했다.

후지이 실장은 연세대에서 어학연수할 당시 신촌 사회과학서점 ‘오늘의 책’ 마지막 총무였던 윤진희(41)씨를 만나 2001년 결혼했다. 이후 13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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