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발로 뛴 국선변호인 ‘유죄 1심’ 뒤집었다

발로 뛴 국선변호인 ‘유죄 1심’ 뒤집었다

입력 2012-10-16 00:00
업데이트 2012-10-16 00: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사건현장 검증으로 증거 모순 증명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불명예 제대 위기에 놓였던 주한 미군의 무죄를 한 국선 변호인이 밝혀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원형)는 점유이탈물 횡령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주한 미군 E(38) 일병에 대해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의장대 출신인 E 일병은 동료보다 10살 정도 많은 나이에 한국에 와 혼자 생활해 왔다. 그는 2010년 11월 서울 이태원의 한 여관에서 떨어진 신용카드를 주워 숙박비 및 주류 대금 등을 지불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E 일병의 모습이 찍힌 여관 폐쇄회로(CC)TV 및 카드 사용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E 일병은 “카드를 주워 사용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무죄를 입증하지 못해 1심에서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벌금은 100만원에 불과했지만 범죄를 저지른 미군은 불명예 전역·계급 강등 등 처벌을 받기 때문에 E 일병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항소를 제기한 그는 형편이 어려워 국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이대로 귀국할 수는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 일병의 변호를 맡은 박기대 변호사는 서류를 검토하기보다 발로 뛰는 편을 택했다.

사건 현장을 직접 찾은 그는 검찰이 주장한 E 일병의 동선대로 여관에서부터 상점, 술집 등을 모두 다니며 소요 시간을 파악했다. 그 결과 E 일병이 여관 CCTV에 포착된 때로부터 1분 53초 만에 355m 떨어진 상점으로 이동해 의류를 고르고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변호사는 모순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실험한 영상이 담긴 동영상 자료도 제출했다. CCTV를 직접 확인한 결과 E 일병이 카드로 숙박비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여관 복도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찍힌 점 등 검찰 증거에 허점이 있음을 포착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아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국선 변호인이 직접 현장을 발로 뛰며 검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직접 실험으로 사실관계를 뒤집은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2012-10-16 8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