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대책 패러다임 바꿔라] 4가지 없는 광화문 광장 또 물바다된다

[폭우대책 패러다임 바꿔라] 4가지 없는 광화문 광장 또 물바다된다

입력 2012-06-12 00:00
수정 2012-06-1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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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저류조 ② 녹지 ③ 빗물받이 ④ 틈새

지난해 7월 27일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는 물에 잠겼다. 수도(首都) 서울이 수도(水都)로 바뀌었다. 삽시간에 쏟아진 폭우 때문만이 아니었다. 빗물 배수시설이 원인이었다. 감사원도 지난달 30일 공개한 ‘도시 지역 침수 예방 및 복구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침수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아 물난리가 났다.”고 밝혔다. 광장의 겉모습에만 치중하다 기본적인 치수 개념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조만간 닥칠 ‘장마철’을 앞둔 11일 서울환경운동연합 신재은씨와 함께 광화문광장 등의 침수 방지 시설을 둘러봤다.


●“광화문광장은 빗물 모으는 물통”

광화문 앞에서 광화문광장 쪽을 바라보면 네거리 쪽의 지대가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씨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 광화문 일대에서 가장 낮다.”면서 “중간에 빗물을 끌어들일 시설이 부족하면 지하철 광화문역 일대가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지형 구조”라고 말했다. 광화문 사거리는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 물에 잠기는 사태를 겪었다. 지대가 높은 광화문 쪽 도로와 서울역사박물관 주변의 빗물이 광화문 네거리 쪽으로 몰려서다.

한무영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교수는 이와 관련, “1개의 대형 빗물 저류조를 설치하기보다 소규모 저류조를 분산,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물이 몰리기 전에 처리해야 물바다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청와대, 경복궁, 정부중앙청사 등지에 소규모 저류조를 만들었다면 광화문 물난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복궁 앞 일대는 포장재도 문제다. 흙 대신 황토색 시멘트로 뒤덮었다. 전통적인 느낌을 내세워 황토색 페인트를 덧칠한 것이다. 빗물이 스며들 수 없도록 차단한 셈이다. 광화문광장 북동쪽의 공원도 치수의 방해물이다. 나무를 심어 놓았지만 화단 높이가 50㎝나 돼 주변의 빗물이 고일 수밖에 없다. 정부중앙청사 앞 화단은 높이가 3~4㎝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씨는 “도심 녹지는 빗물을 흡수해 홍수를 막는 것도 주요 기능”이라면서 “생각 없이 화단 턱을 높인 탓에 빗물 흡수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온통 시멘트와 돌로 뒤덮여 있다. 이에 따라 빗물을 빨아들이거나 배수구로 내려보낼 통로가 없어졌다. 보도블록 사이의 틈마저 시멘트로 메워 놓았다. 신씨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2009년 광화문광장이 완공된 이후 잇따라 빚어진 침수 사태도 틈새의 기능을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고 역설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침수 이후 경복궁역에서 정부청사 앞까지 연속형 빗물받이를 설치하는 등 개선 작업을 해 왔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광화문광장 일대 어디에도 새로 설치된 빗물받이 시설은 없었다. 광화문광장과 도로 사이에 빗물받이가 있지만 폭이 10㎝도 채 되지 않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신씨는 “녹지를 복원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빗물받이 확충 등 단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미관에만 치중한 광화문광장 설계 때문에 언제든 이 일대가 다시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빗물 배수 대책 없는 강남역 일대

지대가 낮은 강남역 역시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역삼역과 논현역 방향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도심지다 보니 하수관로를 신설하기는 힘들며 따라서 빗물받이를 단계별로 설치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에서 가장 낮은 지대로 알려진 대치동 학여울역 인근에도 폭우에 대비해 현재 하수암거(콘크리트 관이 아닌 일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하수관) 공사를 진행, 이달 안에 마무리할 전망이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강남역 일대 하수관거 공사의 설계를 변경해 강남역 일대 침수 피해를 야기했다.”며 공사 주체인 서초구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감사원은 또 “당초 설계대로 시공했다면 침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현·이영준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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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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