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수사결과] 윗선 못 밝힌 ‘정치 경찰’… 수사권 갈등 의식?

[디도스 수사결과] 윗선 못 밝힌 ‘정치 경찰’… 수사권 갈등 의식?

입력 2011-12-10 00:00
수정 2011-12-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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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운전사 홀로 선관위 공격’ 결론까지

경찰의 수사 발표를 요약하면 “술김에 만류에도 불구, 저지른 배후 없는 단독범행”이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27)씨는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하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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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9일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대한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10일간 나름대로 수사를 했음에도 의혹은 여전하다. 경찰은 이날 공씨를 주범으로, 디도스 공격에 나선 강모(25)씨 등 3명과 공씨의 친구이자 강씨 회사의 임원인 차모(27)씨를 공범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차씨를 제외한 공씨 등 4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선거 관련 시설에 대한 은닉·손괴·훼손, 선거의 자유방해 혐의 등을 적용했다.

‘공’이 검찰에 넘어갔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에 대한 신뢰를 적잖게 잃었다. 참고인으로 등장하는 정치권 관계자들의 신원을 숨기기에 급급한 탓에 의혹을 스스로 키웠다. 또 뚜렷한 물증 없이 진술에만 의존, 사건 연루자의 거짓말에 놀아나기도 했다. 부실수사 논란을 낳는 이유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선거 전날 서울 강남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비서 김모(30)씨 등 5명과 술을 마시던 중 고향 후배인 강씨에게 전화로 선관위와 박 후보의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 강씨와 직원 황모씨 등은 선거 당일 두 차례에 걸쳐 디도스 공격을 했다. 차씨는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여부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은 차씨의 행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박 의장 전 비서 김씨를 10시간이나 조사해 놓고도, 김씨와 선거 전날 함께 있었던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34)씨의 신원조차 몰랐다. 공씨의 범행사실을 알고 있었던 박 의장 전 비서 등이 윗선에 보고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당일 동선도 파악하지 않았다. 배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의 등장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공씨와 김씨가 범행사실을 여권 관계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둘 다 안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힐 정도로 진술만을 근거로 사건의 핵심인 윗선 개입, 배후를 캐는 데 소홀했다. 박 의장의 전 비서 김씨가 공씨에게 “범행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는 설명도 늘어놓았다. “배후가 없다.”고 예단한 격이다.

증거도 부족하다. 경찰은 공씨와 디도스 공격범 4명의 계좌와 신용카드, 이메일, 통화내역 등을 분석했지만 지금껏 배후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공씨의 자백만 얻어 낸 셈이다. 공씨 등이 다른 유선 전화나 대포폰 등을 사용한 통화 내역도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다른 참고인과 달리 청와대 행정관 등 정치권 관계자의 신원, 소환 여부도 숨겼다. “사건과 관련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 여권 관계자들로 구성된 모임 자체에 대한 수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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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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