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내기싫어” 부자들 재산 판다

“건보료 내기싫어” 부자들 재산 판다

입력 2011-09-05 00:00
업데이트 2011-09-0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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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연모(88)씨는 재산이 13억원에 달한다. 개인별로 기준은 다르겠지만 그는 금전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 ‘부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지난달 재산 가운데 9억원을 매각해 재산과표액을 4억원으로 낮췄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정부가 최근 소득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차등 부과하기 위해 9억원을 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을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10명 중 최소 1명은 연씨처럼 여전히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매각하거나 위장 취업을 하는가 하면 장애인 또는 국가 유공자 자격을 얻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는 등 법의 허점을 노린 편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과표기준이 9억원을 초과한 고액 재산 보유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안 돼 9억원 이상 재산가 1만 9334명 가운데 1607명이 이의신청 뒤 다시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특히 1607명 가운데 1250명(77.8%)은 실제 피부양자 제외 기준인 9억원 이하였다. 10명 가운데 8명이 1년 사이 부동산 등 자산 규모가 9억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피부양자 제외 조치를 피하기 위해 최근 자산을 매각 혹은 양도했기 때문이다.

자산 매각 이외에도 취업을 통해 직장가입자 자격을 얻거나 장애인 또는 국가유공상이자 등록을 통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한 고액 자산가도 각각 339명, 18명이나 됐다. 실제 경기도에 사는 이모(35)씨는 과표기준 자산이 10억 5000만원에 달했지만 장애인 판정을 받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했다. 10억 80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한 유모(37)씨도 취업을 통해 직장가입자 자격을 얻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피부양자 자격이 재산과표로만 이뤄지다 보니 자산을 매각할 경우 무임승차에 편승한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현장조사 등을 통해 위장취업 등의 사례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1-09-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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