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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탈 쓰고 서민예금 4조5천억 ‘로또식 투기’

은행 탈 쓰고 서민예금 4조5천억 ‘로또식 투기’

입력 2011-05-02 00:00
업데이트 2011-05-0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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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 위장법인 명의자엔 급여까지 지급 금감원 수십일 상주검사에도 불법 못찾아 수사진 40명 부산 ‘급파’…특혜인출 조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2일 박연호(61)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와 임원 등 21명을 기소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1라운드인 불법대출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의 책임과 영업정지 직전 특혜인출 여부를 캐는 2라운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3월15일 부산저축은행 그룹 5개저축은행(부산·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 상호저축은행)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한 중수부는 40여일 만에 무려 7조원이 넘는 규모의 불법대출, 분식회계, 횡령 등 천문학적 규모의 비리를 상당 부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 수사의 초점은 이런 거대한 금융비리가 장기간 드러나지 않고 진행될 수 있었던 데 관리.감독을 맡은 금융감독원 등의 책임이 있었는지, 국민적 공분을 산 ‘특혜 인출’ 사태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지로 옮겨가고 있다.

◇“은행의 탈 쓴 전국 최대규모 시행사” = 현재까지 검찰 수사결과 부산저축은행의 비리 규모는 5조원대 불법 여신을 포함해 7조원대에 달한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9조9천억원으로 국내 자산규모 1위의 저축은행 그룹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자금을 불법 여신을 통해 대주주의 ‘쌈짓돈’으로 사용하는 등 도저히 금융기관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총체적 난맥상을 보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비리 규모는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4조5천942억원, 부당대출을 통한 배임 5천60억원, 분식회계 2조 4천533억원, 사기적 부정거래 1천억원, 횡령 44억5천만원 등이다.

특히 서민·중소기업 자금 중개라는 법규상 저축은행 본래의 임무와는 달리 4조5천억원의 고객 예금을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에 쏟아 부어 휴양지 개발, 납골당 건설, 선박 투자 등 ‘로또식’ 투기적 사업을 추진해 부실을 자초했다.

게다가 저축은행 관계자 명의로 SPC를 설립할 수 없었기에 명의를 빌려준 120개 SPC 임원들에게 월 50만~200만원 상당의 급여와 4대 보험료를 지급하는 등 불법을 감추기 위한 비용으로 연간 130억~150억원 가량을 써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문성 없는 은행 직원 16명이 120개 SPC 전부를 관리한 결과 개발 사업 인허가를 받아 시공에 들어간 업체는 고작 21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99개 업체는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도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벌여놓은 사업들이 표류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는 분식회계로 가장해 눈가림했다.

부산저축은행 그룹 5개은행은 2009년 6월 결산에서 1조1천억원, 2010년 6월 결산에서 1조3천억원 등 모두 2조4천억원을 분식회계해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조작했다.

나아가 장부상 흑자를 이유로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은 6년간 329억원의 배당금과 191억원의 연봉.상여금을 챙겼으며, 투자자들이 계속 우량저축은행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예금을 유치하고 후순위채권을 판매했으며 지난해 1천억원의 유상증자까지 받았다.

◇ ‘2라운드’엔 감독기관 겨누나 = 검찰은 이같은 부산저축은행의 비리가 가능했던 것은 금감원 퇴직 직원을 감사로 임명해 감사 기능이 무력화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자산 3천억원 이상의 은행은 반드시 회계·재무 전문가를 감사위원회에 두도록 하는 등 감사가 대주주와 임원의 전횡과 불법을 막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출신의 부산저축은행그룹 감사들은 불법을 막기는커녕 불법 여신 집행에 적극 가담하거나 분식회계에 공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들이 오히려 금감원의 검사를 무마하는 ‘로비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2001년부터 부동산 시행사업을 직접 수행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금감원에서는 정기검사, 부분검사 등으로 여러차례 이 은행 사무실에 수십일씩 상주했음에도 불법대축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혜인출’ 수사는 = 검찰은 박연호 회장이 영업정지 1주일 전부터 아내 명의의 정기예금 1억7천만원을 중도해지하는 등 대주주 경영진들이 영업정지를 예상하고 예금을 인출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려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전 예금인출이 모두 3천588건, 1천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자료를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전부 분석하고 있다.

또 대검은 앞서 첨단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특혜인출’ 수사전담팀을 꾸렸으며 이날 검사 2명을 포함한 40여명의 수사진을 부산으로 내려보내 예금인출 내역, CCTV, 통화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차명계좌 여부, 인출경위 등의 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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