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슈] 개교 이래 첫 ‘男교사 제로’ 서울 강남 개일초교 가봤더니…

[사람&이슈] 개교 이래 첫 ‘男교사 제로’ 서울 강남 개일초교 가봤더니…

입력 2011-03-04 00:00
수정 2011-03-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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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로 담임 배정… “아람단·체육활동 취소할 판”

서울 개포동의 개일초등학교는 남자 교사가 단 한명도 없다. 지난해 있던 2명의 남자 교사는 5년 만기를 채우고 올해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남교사 ‘제로’(0) 사태는 1987년 개교 이래 처음이다. 지난 2일 오후 찾아간 개일초교에는 운동장에서 노는 학생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단축수업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 운영에 당장 비상이 걸렸다.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아람단 운영은 올해부터 취소될 위기에 있다. 1박 이상 떠나는 여행에 여교사들이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학교 체육 동아리나 양재천을 걷는 외부 활동도 올해부터 대폭 줄일 예정이다. 지난해는 2명의 남자 교사가 각각 5, 6학년 부장과 체육부장, 과학부장, 환경부장직을 도맡다시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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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개일 초등학교에서 신입생 입학식 행사가 열렸다. 김기운 교장을 제외한 전 학년의 교사가 모두 여성이다.
지난 2일 오전 개일 초등학교에서 신입생 입학식 행사가 열렸다. 김기운 교장을 제외한 전 학년의 교사가 모두 여성이다.


머리 굵은 고학년들의 생활지도 역시 고민거리다. 김선희 교무기획부장은 “요즘 초등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성적인 면에서도 대단히 개방적인 데다 행동도 거칠어 여교사가 제지하기 어렵다.”면서 “그래서 일부러 초임 여교사는 고학년을 피해 배치해 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남성스러움과 여자다워짐을 배울 나이지만 해마다 남교사가 줄어들다 보니 남학생의 성격이 중성화되고 있다. 심금순 교감은 “교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남자애들이 바닥에 앉아 공기놀이를 하거나, 수업 시간이나 학급 활동에서도 여자애들의 눈치를 보면서 위축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개일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의 ‘2010년 서울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초등학교 남녀 교사 비율은 88.9%대11.11%로 10명 중 9명은 여자교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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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남 지역의 여초(女超)현상은 더욱 심해 남녀 교사 성비가 92.9%대7.1%에 이른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김기운 교장은 남교사 품귀 현상의 문제를 “강남의 치솟는 집값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교원 배치 기준이 지역 거주자 우선인 데다, 강남의 아파트나 주택 전셋값이 너무 비싸 여기에 살 수 있는 남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교사들은 강남 지역에 많이 살고 있고, 문화 시설과 학교 환경 때문에 일부러 이 지역을 선호하고 있어 필요한 정원보다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강남교육지원청은 자체 규칙을 통해 남자 신규 교사를 발령할 때 남교사가 없는 학교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신규 발령 교사마저 없어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김 교장은 궁여지책으로 질병 휴가를 떠난 여교사의 빈자리에 급하게 남자 기간제 교사를 충원해 지난 2일부터 출근하게 했다. 당분간 3~4학년의 체육 수업이라도 전담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도 휴직 교사가 복귀하는 6개월 뒤에는 그만둬야 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강남 학교엔 남교사 반에 일부러 들어가길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많다. 이 때문에 학교는 애초에 민원이나 불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신학기마다 바구니에 학생과 반을 표시, ‘제비뽑기’로 담임을 고르게 한다. 이 학교에 5학년 아들과, 6학년 딸이 다니고 있는 이선민씨는 남교사 반에 들어가는 것을 ‘6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딸아이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남 선생님 반에 들어 무척 좋아했다.”면서 “반면 운동을 좋아하는 남동생은 초등학교 내내 남자 교사를 맞을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6학년 박소연(13) 학생은 “남자 선생님은 무한도전에 나오는 대사도 따라하고 수업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해줘서 좋았는데 앞으로는 더 뵐 수 없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또 주먹다짐이 잦은 남학생의 경우 남교사가 더 쉽게 갈등을 푼다든가, 여교사보다 이성으로 아이를 다뤄 학부모들은 학년 중에 한번은 남교사 반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일부 여교사 중에는 “우리도 남교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며 반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심 교감은 “세밀한 생활지도나 아이들을 감성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장점도 많지만 임신이나 결혼, 육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환경이 따라주지 못해 학교 차원에서 운동회나 외부 특별활동을 강하게 추진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원 여초 현상에 대한 해법으로, 강남 지역 학교장들은 타지역(구)의 교원을 초빙할 수 있는 교사 초빙권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서울 지역 25개구 가운데 강남과 강동 지역만 유일하게 지역 거주자에 한해 전입을 할 수 있어, 구(區) 간 교원 전입이 자유롭지 않다. 김 교장은 “예전에는 강남 학군에 대한 교사들의 선호도가 컸지만, 지금은 교육열도 높고 지역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요구 사항이 많아져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면서 “강남 학교에 한해 초빙 전입만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남교사 부족에 따른 심각성은 공감하지만, 이미 강남 지역 안에도 여교사 정원이 넘고 있어 특정 학교 및 교사에게만 문을 열 경우 다른 지역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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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1-03-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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